[씨줄날줄] ‘짝짝 짝짝 짝’

[씨줄날줄] ‘짝짝 짝짝 짝’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2002-06-11 00:00
수정 200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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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짝짝 짝짝 짝’ 월드컵 한국팀 경기가 치러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들이다.이 함성과 박수는 ‘붉은 악마’의 붉은 색 티셔츠와 절묘하게 어울려 사람들의 가슴을 ‘쿵쾅쿵쾅’ 두들긴다.10일 서울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운집한 붉은 악마들이 빗 속에서 90분 동안 꼼짝않고 함성과 박수를 보내던 장면은 감동적이었다.21세기 대한민국의 넘치는 생명력을 알려주는 고동소리였다.

붉은 악마의 ‘짝짝 짝짝 짝’은 지금껏 익숙했던 박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층 눈길을 끈다.4박자이긴 하되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전문가들은 “백 비트(back beat)의 4박자”라고 말한다.다시말해 뒷부분에 강세가 주어진 박자라는 것이다.예전의 4박자는 삼삼칠 박수의 4박자가 고작이었다.강세가 없거나 앞에 있었다.이는 일본 ‘울트라 닛폰’의 박수에 여전히 살아있다.“닛폰 짝짝짝.” 직선을 긋듯이 단조롭다.붉은 악마의 4박자는 굴곡이 있어 생동감이 펄펄 넘친다.

이는 우리 대중문화의 박자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전통음악인 판소리나 민요 등의 박자는 주로 3박자이다.이 3박자는 “다그닥 다그닥”하는 말발굽 소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때문에 3박자는 우리 민족이 기마민족이었음을 증명하는 징표로도 해석된다.3박자는 그러나 일제 때 문화말살정책으로 약세에 빠졌다.대신 일본의 애상적인 2,4박자가 도입됐다.일본의 박자는 서양 트로트와 접합돼 ‘뽕짝’을 탄생시켰다.이 뽕짝 역시 요즘은 신세대 댄스음악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얼마전 가수 송대관의 ‘네박자’가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짝짝 짝짝 짝’의 4박자는 정확히 말하면 서구 록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그러나 서구가 흑인음악의 독특한 백비트를 바탕으로 록을 ‘창조’했듯,붉은 악마도 수입된 백비트를 한번 더 가공해 ‘짝짝 짝짝 짝’을 만들어 낸 것이다.문화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우리 대중문화계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서구화의 상징인 백비트의 4박자에 민족정서의 원형질 박자인 3박자를 접목시켜 보는 일이다.이 도전은 우리 대중문화의 새 지평을 열 기회를 제공할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본다.

박재범/ 논설위원
2002-06-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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