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냉전유산 청산’ 新동반자 관계로

美·러 ‘냉전유산 청산’ 新동반자 관계로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2-05-15 00:00
수정 200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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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13일(현지시간) 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것은 군비경쟁이라는 냉전시대의 유산이 청산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과거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과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을 통해 핵전쟁에 대한 서로간의 위협을 억제하기는 했으나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관계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번 협정은 군사적 중요성보다 백악관과 크렘린간 신뢰 구축이라는 정치·외교적 시각이 더 작용했다.옛소련이 몰락한 뒤 유일한 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이 21세기러시아와의 관계를 핵 감축으로 풀어나감으로써 향후 국제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24일 모스크바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할 ‘핵감축 협정’은 사실상지난해 가을 두 나라 정상이 합의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오히려 문서화한 협정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2년까지 두 나라가 핵탄두를 1700∼2200기 수준으로감축하기로 했으나 뒤집어 말하면 2012년까지 핵탄두를 그대로 갖고 있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을 감축키로 한 SALT는 상호 군사시설을 방문,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번 협정은 구체적인 감축일정이나 핵탄두 처리 방침에는 명확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러시아가 한도를 초과하는 핵탄두를 폐기하자고주장했어도 미국이 2012년까지 계속 저장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할 수 있는 ‘여분(additional spares)’으로 보유하겠다고 말할 때 러시아는 반박할 근거를 대지 못했다.러시아가 요구한 대로 명문화하기로 했으나 이마저 협정이만료되는 2012년 이전에 어느 쪽이든 3개월 전에만 통보하면 폐기가 가능하다.게다가 미국은 핵탄두를 현재 6000기에서 3분의1 수준으로 줄여도 핵공격 능력은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점차 배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이득이 크다.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폐기와 같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아니라 외교적으로 미국과 대등함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으며 핵 관리 비용을 열악한 경제분야로 돌릴 수 있다.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도 감소한 것으로 간주,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합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러시아에 MD 체제를 구축하겠다는양해를 구한 것과 같으며,2단계 테러전을 위한 국제연대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미국 내에서 협정의 검증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지만 의회도 지지를 보내 부시 행정부의외교적 성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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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2002-05-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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