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현직 단체장들의 잇따른 낙마

[대한포럼] 현직 단체장들의 잇따른 낙마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2-05-08 00:00
수정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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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선거 전선에 이변이 일고 있다.현직 단체장들이 어느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전국 곳곳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대통령 선거에 가려져 국민 관심이 그다지 모아지고 있지 않은데도 왜 이런 변화가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지방자치 10년만에 일고 있는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기도 지역을 보면 7일까지 민주당 소속 현직 시장·군수22명 가운데 김기형 의정부시장 등 3명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이성환 과천시장 등 3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한나라당은황교선 고양시장이 후보 경선에서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했다.충남에서는 자민련 소속인 유병돈 부여군수가경선에서 밀려났다.

현직 단체장들의 탈락 이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광주와 전남의 후보경선 결과다.지난 4일 목포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전남지사 경선은 당초 허경만 현지사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고배를 들었다.같은 날 3시간쯤 늦게 광주에서 있었던 광주광역시장 경선도 현직 고재유 시장이 낙마,선거인단과 시민들을놀라게 했다.고 시장은 대의원 관리에철저했던 단체장이다.현직 단체장은 아니지만 목포시장 경선에서는 김홍일 의원이 밀었던 후보가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문희갑 대구시장,최기선 인천시장이 돈 문제로 검찰의 부름을 받고 있고 유종근 전북지사, 임창렬 경기지사도 그 벽을 넘지 못해 도중하차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첫째 경선도입에따른 효과,둘째는 정당 민주화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을 수 있다.하지만 이것만으로 현직 단체장들이 실패한 요인이 전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현직 단체장들의 실패 원인 가운데는 부분적인 공통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

우선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중앙 행정의 복사판이 됐다는점이다.주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시도보다는,난개발도 불사하는 개발연대식 사고가 횡행했다.예산은 화장품 바르듯이 얇게 이곳저곳에 고루 바른다.생색은 나지만 예산 투입 효과는 거의 나지 않는다.경제 단체장인 K씨는 우리나라 예산 집행과 관련,“정부가 당초 얼마 든다고 발표하면나는 적어도 그 3배 이상 들 거라고 짐작한다.우선순위를잘 정해서 집행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조금씩 찔끔찔끔 나눠주기 때문에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바로 그런폐단이 지방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중앙의 정당에 예속돼 각종 정당 헌금과 청탁에 허덕이고,돈을 만드느라 부패와 쉽게 손을 잡곤 했다.정당 예속은 법률적인 문제로 단체장들의 책임이 아니지만 그 결과는 단체장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많은 단체장들이 고장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주민들의 실망감을 자아낸 점도 지적할 수 있다.즉,지방자치의 품질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다.

이처럼 변화의 바람이 부는 한편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되지 않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구청장 후보를 영입하는 데 겨우 성공한 한나라당의 서울시내 모지구당 위원장 부인은 최근 “당내 경선과정에서 상대 후보가 어찌나 돈을 쓰는지 혼났다.지구당마다 사정은 비슷하다.”며 진절머리를 친다.그런가 하면 지방선거를 대선전초전으로 보고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뛰어들어 자치선거를 휘젓고 있다.지방자치선거를 여전히 ‘중앙정치의 연장선’ 위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지방자치를 옭죄어 왔던 돈과 중앙 정치·중앙 행정의 예속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현직 단체장들의 잇따른 낙마는 ‘중앙 정치와 중앙 행정 복사판으로서의 지방자치’,‘돈이 말해주는 지방선거’와 결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지난 10년 동안 풍부한 비전과 아이디어로 마을 일으키기에 성공한 자치단체들이 꽤 있다는 것은 희망의 싹이 될 수 있다.이제 지방자치의품질 관리는 주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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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2002-05-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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