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형극 ‘진기한 콘서트’

리뷰/ 인형극 ‘진기한 콘서트’

입력 2002-05-06 00:00
수정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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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표정의 사회자 인형이 등장한다.“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대답)안녕하세요.”,“제가 누구일까요.1번 가수,2번 개그맨…,4번 사회자.”“(대답)4번이요.”

조금은 어눌하지만 한국말로 또박또박 발음되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따라 아이들은 신기한 듯 똘망똘망한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한다.세계적인 러시아의 풍자 인형극은 국내에서 이렇게 어린이용 인형극으로 탈바꿈했다.

57년째 공연을 맞는 국립 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의 ‘진기한 콘서트’는 본래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이다.“비타민 먹으면 죽을 때까지 살아요.”라는 합창단의 노랫말은 의미없는 일에 목숨 거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다.가슴이 큰 소프라노 인형을 등장시켜 거만하고 고상한 척하는 예술가를 꼬집고,변기와 주전자,고장난 문으로 전위음악을 연주하는 5중주단 인형을 통해 가치도 없으면서 젠 체하는현대음악가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통렬한풍자가 많이 퇴색됐다.가슴이 큰 소프라노를 보며 재미있어 하고,전위음악을 들으며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정도다.극단 관계자에 따르면,한국 주최측에서 풍자 부분을 빼달라는 주문을 해 대사를 바꾸고 여러 장면을 삭제했다고 한다.사회자 인형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부자되세요.”라고 말하는 등 대상이 어린이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이 공연이 별 볼일 없다는 뜻은 아니다.가수,탱고 무용수,조련사,마술사 등 18개 장면마다 다채로운 의상의 새 인형들이 나와 생동감 넘치는 버라이어티 쇼를 펼친다.경쾌한 어깨춤,손놀림,발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듯 넘실댄다.술잔의 술이 갑자기 사라지는 마술도 흥미진진하다.

무대 뒤에서는 더 흥겨운 잔치가 한바탕 벌어진다.인형 하나에 2∼3명의 배우가 붙어 막대를 움직이며 인형과 한 몸이 되어 춤을 춘다.한 명이 조종하는 ‘줄 인형극’에 비해 15∼18명이 집단 창작하는 ‘막대 인형극’은 그래서보다 섬세하고 보다 신명난다.

그래도 이 인형극의 진면모를 모두 볼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주최측의 횡포도 문제지만 인형극을 어린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국내의 풍토가 더 문제다.그럼에도 ‘진기한 콘서트’는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상상력을펼치고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인 것은 틀림없다.한전아츠풀센터에서 12일까지.(02)1588-7890.

김소연기자 purple@
2002-05-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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