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북행열차

[씨줄날줄] 북행열차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2-14 00:00
수정 2002-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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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열차가 임진강을 건너 북녘으로 달렸다.이북5도민회가 마련한 ‘망배 특별열차’였다.한치라도 고향에다가가 조상께 제사를 올리려는 실향민들이 승객이었다.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예년과 달리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3.7㎞를 더 달렸다.열차가 임진강 철교를 지나 ‘단절의 강’을 뛰어넘기는 반세기 만에 처음이었다.1950년동족상잔과 함께 멈췄다가 다시 운행된 최초의 ‘북행 열차’였다.

‘북행 열차’ 임시 종착역이 된 도라산(都羅山) 자락의도라산역은 통일의 이정표로 남게 되었다.판문점 왼편에자리한 높이 156m의 도라산은 마의태자가 왕건에게 항복하러 가는 아버지 경순왕을 만류하며 경주에서 이곳까지 따라 왔다가 뜻이 좌절되자 금강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서울 남산이 262m이니 여느 곳같으면 산의 대열에 끼지 못할 테지만 임진강이 굽이치는평야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예부터 군사적으로는 요충지였다. 봉수대가 있어 개성에서 올린 봉화 신호를 받아 한양으로 전했다고 한다.

‘북행 열차’에는황해도를 비롯한 관서지역 실향민들이많이 탔다고 한다. 열차가 도라산역에 2시간 머무는 동안그들은 철부지 손자들에게 북녘의 혈족들을 새겨 주려고안간힘이었다고 한다.750만명의 실향민 가족이 서로에게눈 흘기며 살아온 남과 북이 공존할 수 있는 교집합이라면,임진강을 건너 남쪽에서 목숨을 부지했던 실향민 1세들은바로 통일의 공통 분모일 것이다.

민족의 한(恨)과 아픔의 마디였던 도라산에서 요즘 ‘봄소식’이 들린다.북한이 2000년 3월 처음 경의선 복원 작업을 시도했던 현장에 올들어 다시 군병력을 투입했다고한다.군병력이 머무를 막사를 반영구적인 목재형으로 세워경의선 복원에 북한측의 새로운 기운을 점치게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러시아 소리’ 방송은 ‘북행 열차’ 소식을자세히 보도하면서 러시아는 시베리아철도를 연결할 용의가 있다고 경의선에 관심을 나타냈다.

한 해를 보내며 실향민 1세들은 애를 더 태웠다. 나이가자꾸 들어가는 탓이다.실향민 1세는 120만명 정도.70만명이상이 60세를 훨씬 넘긴 고령이다.동족상잔의 상처가워낙 깊지만 반세기를 넘겼다.이제 임진강을 넘었으니 평양을 지나 신의주까지 금방이라도 ‘북행 열차’가 달릴 것만 같다.‘비 내리는 호남선…’을 대신할 ‘북행 열차’유행가 가사가 기다려진다.오늘따라 임진강을 건너 불어오는 북풍이 더 원망스럽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2-02-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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