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야기] ‘성인의 날’ 무용론

[도쿄 이야기] ‘성인의 날’ 무용론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2002-01-15 00:00
수정 2002-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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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월 셋째주 월요일을 ‘성인의 날’로 정해 하루를 쉰다.올해는 14일이 성인의 날로 152만명이 성인이 됐다.국가가 20세가 된 성인들을 축하해 주고 성인이 된 사람들도 어른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날이다.

그런데 이 성인의 날이란 게 어느 때부턴가 본래 뜻에서벗어나 변질되기 시작했다.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키나와(沖繩)의 나하(那覇)같은 지역에선 경찰과 새 성인들이 충돌하는 폭력사태가 일어나 신문 사회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성인식이 열린 식장에 선배에게 술을 갖다주려던 미성년자 5명과 새 성인 1명이 차를 타고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으려다 체포되는 등 일본 곳곳에서 눈쌀을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지난해에도 성인식에서 축사를 하던 시장에게 폭죽을 던지는가 하면 술에 취해 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았다.그래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실시하고있는 성인식을 아예 폐지하자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사회평론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성숙이 늦어 서른살쯤 돼야 사람과 사람의관계를 생각한다”면서 “통과의례로서의 성인식은 필요없다”고 성인식무용론을 주장했다.얼마 전 일본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올해 성인이 된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젊은일본 성인들의 의식을 엿보게 해준다.

조사에서는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응답자(75.5%)가 성인이 된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심지어는 ‘부모가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65.5%)고 생각한다.예를 들어 ‘설날에 세뱃돈을 받는다’(67.

0%)거나 ‘생일날은 해마다 부모와 함께 한다’(40.0%)는등 부모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뒤에도 결혼하지 않고 부모에게 붙어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기생 독신족의 일본식 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후생성 조사에 따르면 독신 남자의 30%,독신 여성의 40%가 부모로부터경제적 도움을 받고 사는 기생족이다.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미성년인 채로 머무는 부모 의존증은 심각하다.

더욱이 일본 경제 악화에 따른 취업난으로 부모에 어쩔수 없이얹혀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성인이 됐다고는하지만 마냥 들뜰 수는 없는 ‘성인의 날’인 것 같다.

황성기특파원 marry01@
2002-01-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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