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성적 정정요구 봇물

대학가 성적 정정요구 봇물

윤창수 기자 기자
입력 2002-01-14 00:00
수정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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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들이 성적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업 난이 심화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학점을 얻고 장학금 혜택을 받기 위해 교수들을 물고 늘어지는 학생들이 더 늘었다.

방학 초에 성적이 통보된 뒤 보름에서 한달 정도인 성적정정기간 동안 낮은 학점을 부여한 교수들을 ‘이메일 스토킹’하거나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 불만과 하소연을 쏟아내는 신종 ‘로비’도 등장하고 있다.교수를 찾아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읍소하는 전통적인 ‘애교’형도 남아있다.

서울대는 지난 성적정정 기간 동안 수백건의 정정신청 가운데 교수의 명백한 실수가 밝혀진 것 등 70여건을 받아들였다.고려대·연세대도 100건 안팎을 정정했다.

대학측에서 교수들에게 엄격한 상대평가를 요구하면서 학생들의 민원은 더 심해졌다.80,90년대의 A학점만 준다는‘A 폭격기’ 강의나 ‘학점 인플레’ 현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교수들의 대응도 각양각색이다.동국대 독일학과의 강성보씨(25)는 “성적 정정기간에는 아예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단절형’,공부를열심히 하라며 학생들을 야단치는 ‘자극형’,학점 부여 원칙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항의를 원천봉쇄하는 ‘확고부동형’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강사 심승희씨(32)는 “학점을 높여 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계속 이메일을 보내며 매달리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쏟아지는 이메일 스토킹으로 신경이 예민해질 정도”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대 학내게시판에는 체육·성악 등 실습 과목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을 따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쟁이 치열하다.

지난 학기 ‘탁구 초급’을 수강하고 B학점을 받은 한 여학생은 “결석,지각도 하지 않고 리포트도 제대로 제출했는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상대 평가하는 바람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실습과목의 평가 방법이 일관된 원칙과 기준 없이 강사에따라 들쭉날쭉”이라며 각자의 억울한 경험을 쏟아 냈다.

서울대 중문과의 허성도(許成道) 교수는 “이메일로 보낸 리포트를 받지 못했거나 학점이 잘못 입력된 경우 말고는 성적을 고쳐 주지 않는다”면서 “대학에 ‘낭만이 사라지고 경쟁만 남았다’고들 하지만 대학생이 점수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2002-01-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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