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우리외교의 자화상

[오늘의 눈] 우리외교의 자화상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12-05 00:00
수정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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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및 한·일 수산·외교 당국간 어업협상이 집중적으로 열린 지난달 말 러시아 극동의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러·일 사이에 예기치 않은 외교 사단이벌어졌다.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지역신문이 “한·일 대표단이 각각 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 배포한 책상용 수첩에남쿠릴 열도가 일본영토로 표시돼 있다”고 보도한 것.사할린 주(州)의회는 곧바로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지도표기가 한국정부의 입장이냐”는 공식 질문서를 보내왔다.

우리 대사관측은 바짝 긴장해 본부에 전문을 보내는 등사태파악에 나섰다.제작사는 Y상사,배포된 수첩은 96년도판으로 확인됐다.Y상사는 그 해 부도가 나 이미 없어진 상태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한 한 민간기업이 묵은 다이어리를 싼값에 구입해 선물로 뿌린 것으로 판명이 났다.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이 한·러간 꽁치조업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최대 외교현안중하나로 부각된 이 협상 배경에 남쿠릴 수역을 둘러싼 러·일의 땅싸움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행히사건은“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고,민간 회사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우리측의 해명을 러시아측이 받아들임으로써 조기 진화됐다.

일본측이 배포한 수첩은 미츠이상사 제품으로 남쿠릴 열도전체를 일본해로 색칠해 놓았다.사할린 주의회가 일본대사관에 항의했으나 일본측은 답변에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문구업체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이번 해프닝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외교현실을 곱씹어 보게 한다.2차대전 종전과 함께 러시아에 점령당한 남쿠릴열도 반환을 최대 외교현안으로 삼고있는 일본과 실효(實效)지배라는 유리한 입장에 선 러시아라는 양대 강국의 영토싸움 와중에자칫 ‘등 터지는’험한 꼴을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의 어업협상에서 결국 남쿠릴어장을 포기했으며,일본으로부터 산리쿠수역 조업약속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때문에 “영토분쟁이 얽혀있는남쿠릴 지역에 러시아정부 쿼터로 조업에 나섬으로써 애초에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있다.기초적 지역정세 판단조차 못하는,전략부재 외교가이번으로 마지막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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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정치팀 기자 crystal@
2001-12-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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