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레드 컴플렉스’ 곤혹

기업들 ‘레드 컴플렉스’ 곤혹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11-26 00:00
수정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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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레드 컴플렉스’로 때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빨간색 옥외 광고물을 규제하자 그룹 CI(기업이미지 통일)가 빨간색인 기업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특히 해당 구청들은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빨간색 광고물에 대해 단속의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서 ‘색깔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있다.

◆빨간색 절반 이하로 규제=색깔 시비를 촉발한 것은 지자체의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원색적인 유흥업소 간판을 정비하자는 취지에서 옥외 광고물 바탕에 빨간색 또는 검은색의 원색사용 비율을 전체의 절반 이하로 제한했다.이를 어기면 간판을 내걸 수 없다.다만 서울시의 경우사전에 시·군·구 광고물심의위의 심의를 통과하는 광고물은 예외로 했다.

적색과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비상이 걸린 곳은 CI 바탕이 빨간색인 SK그룹.SK는 서울시 조례 개정 이후 경과기간(2년)이 끝나는 이달안에 주유소 등의 빨간색 로고를 모두바꿔야 할 판이었다.그러나 SK는 CI를 바꾸지 않는 대신해당 구청 광고물심의위원회에 일일이 심의를 신청,예외를 인정받는 방법을 선택했다.따라서 새로 주유소를 낼 때마다 구청에 예외를 인정해 달라며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현재 사용중인 로고도 3년마다 심의위원회에 올려 적법성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SK 유·무형 손실비 1조원 넘어=서울지역의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대구시의 경우 서울시와 달리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조항조차 없다.따라서 SK는 어쩔 수없이 주유소로고의 빨간색 비율을 줄여야 했다.SK글자체를 키워 빨간색 바탕을 줄였다.SK증권과 SK생명도 간판을 새로 바꿨다.

SK는 “전국 주유소 로고디자인을 모두 바꾸려면 210억원가량 든다”며 “지난 97년 CI 변경 이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유·무형의 비용만 해도 1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나이키·코카콜라 등 다국적기업과 롯데리아·파파이스 등 패스트푸드업체도 SK와 처지가 마찬가지이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간판에 오렌지색을 덧씌워 빨간색비중을 줄이고 있다.우체국 로고도 한때 도마위에 올랐으나 빨간 바탕색이 원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대기업,예외 인정 요구=SK그룹 전덕수(田德秀)과장은 “SK 로고의 빨간색은 ‘에너지’와 ‘불’을 상징하는 것으로 과거 유공시절부터 국내외에서 써왔다”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유흥업소 빨간색 간판을 단속하려는 조치를대기업의 CI로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표법에서 허가한 기업 CI를 조례로 규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한국본사 관계자는 “기업의 생명인 CI를 어떻게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 CI와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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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승기자 ksp@
2001-1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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