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남편의 나이

[굄돌] 남편의 나이

김인희 기자 기자
입력 2001-08-15 00:00
수정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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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남편 생일날 모처럼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케익을 사려고 제과점에 들렀다 점원아가씨가 “초 몇 개드릴까요?”하고 묻는 말에 난 바로“서른 네개요!”“몇개요?” “서른 네개요”라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내가 지금 몇 살인데? 마흔 세개 주세요!” 정말 순간 너무 깜짝 놀랐다.나이를 자주 생각할 일도 없고 필요도 없었겠지만 어쩌면 두 번씩이나 너무도 또렷하게 남편의 나이를 서른네살이라고 생각하고 대답했을까? 세상 물정 모르고 덜컥 낳아버린 우리 애기(발레단)도 벌써 8살이 다 돼가고 있는데 나혼자만 나이를 안먹는걸로 착각하고 있었나보다.

새로운 작품을 안무하기 위해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밤 늦게까지 곡을 찾고,구상을 하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춤으로 정리해서 단원들의 몸을 빌려 표현해내야 한다.이런 힘겨운 작업을 늘 해오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피로도 많이 누적된 탓일까.요즘 남편이 부쩍 마르고 흰 머리도 많이 늘었다.

12년 전에는 남편이 너무도 열심히 뛰는 모습에 반해서 결혼을 했는데,요즘은 ‘지치지도 않나?’ ‘좀 쉬면서 하지’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민간 프로 발레단을 운영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작품도 잘 만들어야 하고 단원,스태프,직원관리도 잘해야하고 발레단을 항상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도 모두 만족하도록 감사의마음을 잘 표현해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일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발레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후원금,협찬금 등을 많이 끌어(?)와야 하는데요즘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필수가 아닌 ‘기타 등등’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그것도 내 모든 젊음을 바친 일에서 가치를 찾는다는 것이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몸은 어느새,연습실을 향한다.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과 함께 아주 가까운 곳이라도 꼭 다녀오자고 해볼 생각이다.발레단 단장,안무가가 아닌 그냥 아주 평범한 중년부부의 나들이처럼….

김 인 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2001-08-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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