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째 항일운동 박영창옹/ “”교과서 왜곡 日 자해행위””

2대째 항일운동 박영창옹/ “”교과서 왜곡 日 자해행위””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7-18 00:00
수정 200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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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정사(正史)가 아니면 가치가 없습니다.허위로 만든 역사는 결국 망국행위지요.그런 점에서 지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결국 일본인 자신들에게 크나큰 자해행위가 될 것입니다.” 최근 한·중·일 동양3국간에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과 관련,1개월간 일본을 항의방문한 ‘80대 청년’이 있다.올해 86세로 미국 LA에 거주하는 박영창(朴永昌·86·미주 광복회 원로회장·사진)목사가 그주인공.박목사는 지난 5월 3일부터 30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다카코 외상,도이 일본의회 외무위원장,도이 전 중의원의장 등 일본 정계인사와 최상룡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해 일본 기독교 지도자,언론관계자 등 100여명을 방문,교과서 왜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90이 멀지않은 박목사가 노구를 이끌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항의방문’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박목사는 일제당시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옥고를 치른 항일운동가의후손이다..박목사는 대를 이어 항일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양에서 개업의로 활동하던 그의 부친인 박관준(朴寬俊)장로는 일제가 황국신민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사참배를강요하자 당시 평안남도 지사와 조선총독을 찾아가 이의 부당성을 경고하였다.그러나 별 소용이 없자 1939년 3월 도쿄로 건너가 일본제국주의의 심장인 제국의회(현 중의원)회의장에 잠입,‘한국내에서 신사참배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뿌리고는 현장에서 일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뤘다.석방후에도 다시 신사참배·궁성요배 반대운동을 펴다 재차 수감된 그의 부친은 해방 5개월을 앞두고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70세로 순국했다.이른바 ‘제국의회진정서 투하사건’ 당시 25세로 일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그는 부친의 ‘의거’를 돕다가 이 사건에 연루돼 1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의 ‘항일운동’은 해방후에도 계속됐다.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던 지난 82년 7월 그는 미국에서 한국신문을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역사교과서 왜곡의 주무당국자인 일본 문부성 관계자가 “한국인에게 신사참배를 ‘강제’한 증거가 없어 교과서에 ‘장려’로 기록했다”고 주장한 대목을 신문에서 보고는 그 길로 그는 일본으로 향했다.

박 목사의 손에는 일제하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순교한 한국인 50명의 명단,사건관계기록,부친의 재판기록 등이 들려 있었다.그는 이 자료들을 일본 언론에 폭로,대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아사히,요미우리 등 일본의 주요신문들은‘신사참배는 역시 강제’라는 제목으로 이를 대서특필했다.지난 89년 일황 히로히토 일황이 사망하자 그는 다시 단신 ‘경고사절’로 일본을 방문,일본 언론에 ‘일본이여 대답하라’는 자작시를 공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그는 “‘전범1호’인 히로히토를 국장(國葬)으로 장례 치르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일까지 합치면 그의 항의방문은 모두 네번째인 셈이다.그는 “한국정부가 모처럼 정면대응을 하는 것이 다행스럽다”며 “일본을 탓하기 앞서 우리역사를 후손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5월 한달간 일본을 돌아다니느라 퉁퉁부어오른 발을 두고 “일본에서 받은 선물”이라고 했다.8·15 광복절에 다시 오겠다며 박목사는 17일 미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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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기자 jwh59@
2001-07-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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