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언] 살과의 전쟁

[여성선언] 살과의 전쟁

임성민 기자 기자
입력 2001-07-02 00:00
수정 200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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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나는 몸무게가 너무 많이 늘어서살을 빼기로 결심하고 저녁이후에는 아예 안먹기로 했다.내 딴에는 대단한 결심이었다.요즘 과도한 다이어트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음식을 조절해 가며 인생을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세상살이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면서 살고싶지는 않았다.그러나 먹기만 하면 다 살이 되고 처음에는‘몸이 부었나보다’ 싶었는데 어느새 맞던 옷이 하나둘씩터질 듯이 작아져 가니 덜컥 겁이 났다.게다가 하는 일이방송인지라 살이 찌면 금방 화면에서 표시가 난다.하루에도 몇 차례씩 “요즘 살 좀 찌셨나봐요?”라는 인사를 들어서 우울증마저 생길 정도였다. 막상 살을 빼려고 마음을 먹으니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했다.기본적으로 회식자리가 많고밤마다 모임이 두세 개씩 겹치는 날도 상당히 있었다.눈앞에 음식을 두고 사양하는 일은 참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저 음식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보다적극적인 방법을 택했다.한 제약회사에서 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아는 분이 한 달에 4kg을 뺐다며 소개해 주었는데 밥 대신 주스와 영양제를 먹는 방법이었다.

효과가 있었다.두 주만에 2kg이 빠졌으니 말이다.그러나 굶다 보니 몸에 힘이 없어서 체력이 떨어지고 자주 피곤함을느꼈다.보름쯤 하다가 인간이 할 일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방법을 찾았다.이번에는 곡물을 빻은 가루를 밥 대신 먹는 생식을 하기로 했다.하지만 매일 꼬박꼬박 지키기가 너무도 귀찮아서 얼마안가 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살이 급격히 빠졌다.두 달 사이에 체중이 5kg이나 줄었다.다이어트를 전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니 처음엔신기했다.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어서 불안한 마음에 고민하다가 살이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 반대다.마음이 편안해져서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장 다니면서 쪘던 살은 ‘스트레스성 살’이었다.짜여진 틀 안에서 살아야 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기계처럼 생활해야하고 늘 긴장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바심쳐야 하고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게 잘 처신해야 하고….그러다 보니 내 몸은 방송과 조직이 주는 긴장감에 시달리다가 비정상적으로불어난 것이다.늘 몸이 무거워 부은 상태로 다녔고 폭식을즐겨하며 만성 피로와 불면증·소화불량·변비에 시달렸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주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하지만 나는 아무리 몸에 이로운 스트레스라 해도 전혀 받지 않는 편이 건강에 도움된다고 주장하고 싶다.하지만 살아 있는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야하지 않을까.날씬해지고 싶은 여성들이여,굶지 말고 먹고싶은 음식을 마음껏 즐겨라.비만은 음식량에 원인이 있는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에 있을지도 모른다.오늘도 자신보다는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작지만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쳐본다.

임 성 민 아나운서
2001-07-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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