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라디오 프로…비속어·부적절한 어휘 남발

청소년 대상 라디오 프로…비속어·부적절한 어휘 남발

입력 2001-06-14 00:00
수정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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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켈리와 ‘작업’은 ‘매치’가 안되네요.” “아니 ‘근데’ 왕비는 왜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라가 이 ‘모냥’입니까.” 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오후8∼10시)에서 12일진행자인 이본과 초대손님 유영석,정선희 등이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를 주제로 나눈 대화의 일부다.

방송위원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우리말이 이같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12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방송위원회가 5월중 KBS 2FM(89.1㎒)의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홍경민의 자유선언’과 MBC 음악FM(91.9㎒)의 ‘이동건,이재은의 클릭!1020!’‘배기성,이종원의 FM 플러스’,SBS 파워 FM(107.7㎒)의 ‘채리나의 영스트리트’‘김동완의 10!10!클럽’을 대상으로 FM 라디오 진행자의 언어규범 준수사례를 조사한 결과,발음이 정확하지 못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음발음에서는 자음의 첨가와 탈락,경음화와 격음화현상이 두드러졌고,모음발음에서는 이중모음을 단모음으로발음하는 현상이 많았다.

공통적으로 잘못 발음하는 단어는 ‘조금’이 ‘쪼금’‘쫌’‘쪼끔만’등으로 ‘어떻게’가 ‘어트케’등으로 발음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해볼까’‘드릴까’‘할까’도 ‘해보까’‘드리까’‘하까’로 발음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모음의 경우에도 ‘-하고,-라고,-보고’가 ‘-하구,-라구,-보구’로 발음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짱’‘야자’‘겜방’‘말빨’‘그놈’‘죽도록 욕먹다’등 비표준어나 비속어를 쓰는 사례도 있었다.‘사정이틀리잖아(다르잖아)’‘잘 기억하게 가르켜(가르쳐) 주셔서’‘논쟁을 벌리는데(벌이는데)’‘물건을 잊어버리니까(잃어버리니까)’‘저 문제를 맞추다니(맞히다니)’등 국어문법상 의미나 용법이 다른 비적절한 어휘사용도 적지 않았다.

방송위원회 평가총괄부의 정호근씨는 “오후 10∼12사이에는 청소년들이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진행자가 청소년들이 동일시하는 연예인이라 잘못된 언어 습관을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송위는조사 결과와 올바른언어사용을 촉구하는 권고문을 각 방송사에 보낼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
2001-06-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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