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왕처럼 살고 있소’

[씨줄날줄] ‘왕처럼 살고 있소’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1-05-24 00:00
수정 200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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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 미국행 한 통의 e메일로 한국의 접대문화 치부가전세계에 노출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미국의 투자회사칼라일그룹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직원이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서울생활을 소개하면서 “왕처럼살고 있소(Living like a King)”라고 떠벌린 게 발단이됐다.

국제경제뉴스 전문통신인 다우존스는 문제의 직원은 미국 국적의 20대로 1999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미국의 세계적인 증권사 메릴린치에서 일하다 이번 5월에 칼라일그룹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서울 근무를 해왔다고 전했다.서울에온 지 10여일 만에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접대문화를 들춰가며 호화판 생활을 자랑한 게 물의를 일으켰다.문제의메일은 메릴린치 증권사를 비롯한 뉴욕의 투자회사 직원들로 급속하게 번졌고 워싱턴 DC에 있는 칼라일 본사에까지알려져 결국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여러 은행의 임직원들로부터 거의 매일 골프와 저녁 술대접 등 향응을 받고 있다”는 메일 내용은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덮어버리고 싶은 내용은 이어진다.“한국에서가장 좋은바와 라운지 클럽에 하루 걸러 나간다”며 “젊은 여자로부터 매일 5∼8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평균 3명의 여성으로부터 매일 밤 집에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는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정말 여러 은행의 임직원들로부터 골프와 술대접 등 향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뇌물성 접대문화는 더이상 비밀은아니지만 언젠가는 바로잡아야 할 고질이었다.

1999년의 국세청의 자료를 보면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의한 해 접대비가 무려 3조5,200억원에 달했다.이는 민간인관계자들을 접대하느라 들어간 돈으로 다른 영역까지 넓히면 훨씬 늘어난다.선진국에선 개발도상국의 뇌물성 접대비를 투자액의 5%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전근대적인 접대 풍토는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은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부실공사 등으로 이어져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나아가 대외적 신인도를 저하시켜 외국의 투자유치나 기술도입을 저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국제적 망신은이번으로 끝나야 한다.더 지독한 망신을 당하기 전에 음성적인 접대문화를 바로 근절하려는 국민적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1-05-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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