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국의 산과 들에는 향긋한 아카시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신록의 5월이 온 것이다.
아카시아꽃은 보는 이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한때 농림행정을 맡았던 나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의미와 사연이 있다.
지난해 5월 이맘쯤 때마침 부슬비가 내리던 홍릉의 임업연구원 숲 속에서는 산림청 소속 전국의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 가족들을 위로하는 조촐한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얀 장막 안에서 속삭이듯 흘러나오는 노영심의 연가와피아노 선율이 지난 봄 내내 강원도 등 전국을 휩쓸던 엄청난 산불을 진화하느라 애간장이 녹을 대로 녹은 조종사와정비사,그 가족들의 메마른 가슴들을 촉촉히 적셔 주었다.
장막 위의 큰 느티나무엔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한가로이 너울거리고,노영심의 잔잔한 속삭임은 산불 진화 관계자들 모두의 가슴을 한없이 평화롭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들에게 제공된 저녁식사는 ‘돈가스(포크 커틀릿)’,60여년 만에 처음 겪은 서해안 지역의 구제역 파동이 동해안의 산불과 동시에 발생해 우리나라 주력 수출 축산물이었던돼지고기의 수출 길이 막혀 있을 때였다.선물도 산불이 발생했던 지방 곳곳에서 보내온 돼지고기 세트,동해안 수산물,곶감,잣 등으로 마련됐다.
산불이 미친 듯이 동해안지역을 강타하던 어느날,경찰 헬기를 빌려 타고 현장을 방문하여 공중에서 지켜볼 기회가있었다.필자의 눈 앞에서 초속 20m의 강풍인데도 아랑곳않고 육중한 산불 진화용 헬기에 커다란 물탱크를 달고 깎아지른 불타는 산 정상을 향해 불 속을 뛰어들어 물을 퍼붓자마자 화염을 뚫고 수직으로 상승하는 산림청과 육군 헬기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곡예를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나는 온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그 순간 나도 모르게 지상의 산림청 간부에게 “아카시아꽃이 피면 조종사와 정비사 가족들을 위한 위로 잔치를 열어 드리겠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때의 약속을 지킨 행사였다.우리 국민의 공동 재산인 산림을 지키느라 목숨을 걸고 있는 이들의노고와 산림 감시원들의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그리고 아카시아꽃이 피면 산불도 멎고구제역 바이러스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까.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이면 나무 밑의 풀과 관목이 부쩍 자라나 어지간한 불씨에도 산불이 나지 않는다.이때쯤에는 지상 온도가 24도 이상으로 올라가 구제역 바이러스들이 죽어간다.그래서 아카시아꽃은 농업인들에게는 희망의 전령사(傳令使)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생 소비하는 종이와 목재 등의 수요량은 18㎥,30년생 소나무로 환산하면 237그루라고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평생 숨쉬면서 쏟아내는 탄산가스를 없애고 필요 산소량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약 565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말하자면 국민 1인의 생존과 생활을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800여 그루의 나무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전국 643만㏊의 산림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대기정화 기능 이외에도 수원(水源) 함양,토사 유출 방지,야생조수 보호,산림 휴양 기능 등 우리가 깨닫지 못한 공익적 기능이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연간 50조원(GNP의 9.7%)어치나 된다.국민 1인당 연간 106만원의 혜택을 입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과 6·25전쟁 이후 황폐화한 우리나라 산림을 이만큼 가꾸기 위해 50년에 걸쳐 민·관에 의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난해보다는 덜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가뭄에 맞춰 산불이 전국에서 적잖이 일어났다. 선진국과는달리 산불 발생의 약 85%가 자연발화 때문이 아니라 등산객들이 무심히 버린 담배꽁초나 논불 놓기,군(軍) 실화 등인위적 실수로 인해 일어난다고 한다. 평생 한 그루 나무도제대로 심고 가꾸지 않은 사람일수록 ‘산림을 공짜로 즐기면서 불까지 내고 있는 현상’이 언제나 그쳐질 것인가.
그러면서 우리는 아카시아꽃이 피기만 기다리고 있다.
김성훈 중앙대 교수
아카시아꽃은 보는 이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한때 농림행정을 맡았던 나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의미와 사연이 있다.
지난해 5월 이맘쯤 때마침 부슬비가 내리던 홍릉의 임업연구원 숲 속에서는 산림청 소속 전국의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 가족들을 위로하는 조촐한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얀 장막 안에서 속삭이듯 흘러나오는 노영심의 연가와피아노 선율이 지난 봄 내내 강원도 등 전국을 휩쓸던 엄청난 산불을 진화하느라 애간장이 녹을 대로 녹은 조종사와정비사,그 가족들의 메마른 가슴들을 촉촉히 적셔 주었다.
장막 위의 큰 느티나무엔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한가로이 너울거리고,노영심의 잔잔한 속삭임은 산불 진화 관계자들 모두의 가슴을 한없이 평화롭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들에게 제공된 저녁식사는 ‘돈가스(포크 커틀릿)’,60여년 만에 처음 겪은 서해안 지역의 구제역 파동이 동해안의 산불과 동시에 발생해 우리나라 주력 수출 축산물이었던돼지고기의 수출 길이 막혀 있을 때였다.선물도 산불이 발생했던 지방 곳곳에서 보내온 돼지고기 세트,동해안 수산물,곶감,잣 등으로 마련됐다.
산불이 미친 듯이 동해안지역을 강타하던 어느날,경찰 헬기를 빌려 타고 현장을 방문하여 공중에서 지켜볼 기회가있었다.필자의 눈 앞에서 초속 20m의 강풍인데도 아랑곳않고 육중한 산불 진화용 헬기에 커다란 물탱크를 달고 깎아지른 불타는 산 정상을 향해 불 속을 뛰어들어 물을 퍼붓자마자 화염을 뚫고 수직으로 상승하는 산림청과 육군 헬기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곡예를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나는 온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그 순간 나도 모르게 지상의 산림청 간부에게 “아카시아꽃이 피면 조종사와 정비사 가족들을 위한 위로 잔치를 열어 드리겠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때의 약속을 지킨 행사였다.우리 국민의 공동 재산인 산림을 지키느라 목숨을 걸고 있는 이들의노고와 산림 감시원들의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그리고 아카시아꽃이 피면 산불도 멎고구제역 바이러스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까.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이면 나무 밑의 풀과 관목이 부쩍 자라나 어지간한 불씨에도 산불이 나지 않는다.이때쯤에는 지상 온도가 24도 이상으로 올라가 구제역 바이러스들이 죽어간다.그래서 아카시아꽃은 농업인들에게는 희망의 전령사(傳令使)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생 소비하는 종이와 목재 등의 수요량은 18㎥,30년생 소나무로 환산하면 237그루라고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평생 숨쉬면서 쏟아내는 탄산가스를 없애고 필요 산소량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약 565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말하자면 국민 1인의 생존과 생활을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800여 그루의 나무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전국 643만㏊의 산림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대기정화 기능 이외에도 수원(水源) 함양,토사 유출 방지,야생조수 보호,산림 휴양 기능 등 우리가 깨닫지 못한 공익적 기능이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연간 50조원(GNP의 9.7%)어치나 된다.국민 1인당 연간 106만원의 혜택을 입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과 6·25전쟁 이후 황폐화한 우리나라 산림을 이만큼 가꾸기 위해 50년에 걸쳐 민·관에 의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난해보다는 덜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가뭄에 맞춰 산불이 전국에서 적잖이 일어났다. 선진국과는달리 산불 발생의 약 85%가 자연발화 때문이 아니라 등산객들이 무심히 버린 담배꽁초나 논불 놓기,군(軍) 실화 등인위적 실수로 인해 일어난다고 한다. 평생 한 그루 나무도제대로 심고 가꾸지 않은 사람일수록 ‘산림을 공짜로 즐기면서 불까지 내고 있는 현상’이 언제나 그쳐질 것인가.
그러면서 우리는 아카시아꽃이 피기만 기다리고 있다.
김성훈 중앙대 교수
2001-05-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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