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비료지원 의연하게

[사설] 대북 비료지원 의연하게

입력 2001-04-20 00:00
수정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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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달 초 20만t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대북 비료 지원에 드는 약 670억원의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에서 투입하고 대한적십자사를 창구로 하는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유엔개발계획(UNDP)은 올해 북한의 비료 소요량 62만t 중 부족량이 35만t에 이를것으로 추정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만t의 규모는 1999년에 15만5,000t,2000년에 30만t을 각각 지원했던 전례에 비추어 적정선으로 보인다.

우리는 대북비료지원 문제와 관련하여 두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먼저 대북 비료 지원은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을 덜어준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됐지 새삼 ‘조건부 지원’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우리측 비료지원을 계기로 그동안 뜸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서신교환 문제 등에 진전이 있게 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를 비료 지원에 연계시키는 것은 오히려 비료를 지원하는 우리의 대의(大義)를 희석시키는 것이아닌가 한다.정부로서는 ‘퍼주기’식 지원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조건부 지원’을 밝혔는지 모르지만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전략적 구상이라고보기는 어렵다.다음은 대북 지원이든 남북교류든 정책당국자의 말은 분명해야 한다.임동원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말“비료 지원은 북한의 요청이 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북측의 공식 요청이 없는 가운데 야당 총재를 만나 18일 지원 계획을 밝혀 의아하게 했다.북측은 하루 뒤인19일 비료 지원을 공식 요청하긴 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정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것이다.비료지원이 북측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너무뻔한 ‘당근’으로 비쳐지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가져올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대북비료지원을 우리의 일관된포용정책의 큰 틀에서 의연하게 추진하기 바란다.

2001-04-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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