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리틀 보고짱’

[씨줄날줄] ‘리틀 보고짱’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1-04-12 00:00
수정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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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보고짱’을 아십니까? ‘소년 장보고’는요? 1,100여년전 동북아시아 바다를 누비며 통일신라·당·일본 3국간의 해상 통행과 무역을 장악한 장보고(張保皐)가만화캐릭터로 되살아난다고 한다.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국토 여건상 ‘바다 진출’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없을 터에,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바다 사나이’를친근하게 되살린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캐릭터 사업 내용을 보고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위대한 한민족 장보고의 소년모습에 ‘리틀 보고짱’이란 이름을 단 것이다.

‘짱’이라면 일본에서 나이어린 사람 이름에 붙이는 애칭이다.예컨대 지난해 열린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에 첫금메달을 안겨준 다무라 료코에게,인기만화의 주인공 이름에 빗대 ‘야와라짱’이라고 부르는 식이다.그러니 ‘보고짱’이라면 귀여운 일본 어린이밖에 안된다.한술 더떠 ‘리틀’이라는 영어 수식어까지 붙였으니,그 무신경 또는무지에는 할말이 없어진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나름대로 작명(作名)이유를 설명한다.‘짱’은 요즘 청소년들이 ‘최고의,매우’라는 뜻의형용사나 ‘우두머리·으뜸’이란 의미의 명사로 즐겨쓴다는 점을 든다.그 주장이 사실이긴 해도,아이들이 쓰는 ‘짱’이란 용어 자체가 일본만화 유행후 급속히 퍼진 걸 보면 일본의 애칭에서 비롯된 속어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리틀 보고짱’이란 이름에서 ‘소년 장보고’를 떠올릴사람이 몇이나 될까? 캐릭터 자체는 우리 옷을 입은 활기찬 한국소년 모습이로되,그 이름만을 놓고 보면 얼굴만 한국인일 뿐 머리에는 서양 투구를,몸에는 일본 무사의 갑옷을 입은 꼴이다.

해양수산부 발표가 있은 다음날인 10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의 결의대회가 열렸다.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민족적 자존심을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켜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뜻있는 국민은 우리말글 사랑에 적극 나서는데 정부는 ‘리틀 보고짱’같은 국적불명의 용어나 만들어 우리말 타락을 조장하니..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1-04-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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