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잇몸論

2001 길섶에서/ 잇몸論

이상일 기자 기자
입력 2001-04-03 00:00
수정 200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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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앓는 노인은 설상가상으로 이빨이 썩어 음식을 잘씹지 못했다.그래도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라며발치에 따른 고통을 한사코 피하고 싶어했다.불편한 대로다른 이빨이나,이미 이빨을 듬성듬성 뽑은 잇몸으로라도먹겠다고 버텼다.노인은 밥대신 죽을 드는 바람에 반찬도제대로 들지 못했다.

암에다 치통으로 음식 섭취가 부실해지면서 허약해지는노인을 보는 것은 가족들에게 고통이었다.노인은 치통이생긴 후 5개월 만에 숨졌다.암이 주원인이지만 부실한 식사와 영양부족이 노인의 죽음을 더 앞당겼을 것이라고 가족들은 믿었다.그래서 “억지로라도 썩은 이빨을 뽑아드리고 틀니를 맞춰드렸어야 하는데…”하는 가책을 느꼈다.이빨 뽑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좀더 일찍 하직한 것과 아니면 이빨치료를 받고 좀더 암과 투병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게 나았는지는 모른다.그러나 ‘이빨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노인의 고집이 목숨을 단축시켰다며 가족들은 안타까워했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1-04-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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