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지구촌] (5)국경없는 의사회

[함께 사는 지구촌] (5)국경없는 의사회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1-04-02 00:00
수정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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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인종·종교·사상·정치를초월해 차별없는 구호의 손길을 뻗친다.” 민간 국제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MSF)’ 헌장의 머리글이다.1971년 조직돼이듬해 니카라과 지진에 첫 구호단을 파견한 이래 현재 20개 나라에 지부를 두고 45개 나라에서 의사, 간호사,일반자원봉사자 등 3,000여명이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창설은 아프리카 기아에서 비롯됐다.68년 프랑스 적십자사는 나이지리아로부터 독립한 비아프라자치구에 구호 의료진을 보냈다.이들은 현지에서 100만여명의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굶어 죽는 충격적 사건을 지켜본 뒤 프랑스로 돌아와 단체를 만들었다.

“인재(人災)든 전쟁이든 고통받는 인간은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신념 아래 목숨을 건 활동을 시작했다.활약상이 처음 알려진 것은 75년 레바논 분쟁.포화가 지축을 흔들던 베이루트에서 부상자 치료를 위해 전장을 누비던 의사들의 모습이 서방 언론에 소개됐다.

이후 아시아·아프리카에서의 난민캠프 활동으로 이어졌으며 80년 캄보디아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과 치료·의약품을 원조받기 위해 시위를 주도했다.세균학 전문팀까지 갖추고 이라크가 이란에 화학무기를 퍼부었을 때는 국제사회에 가장 먼저 참상을 전했다.

91년 걸프전에서는 60여대의 전세 비행기를 동원,난민 7만여명의 목숨을 구했고 95년 북한에 대홍수가 나자 비정부단체(NGO)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료품을 지원했다.

위기도 있었다.79년 베트남 ‘보트 피플’ 2만명이 중국연안에 도착하자 내부에선 구호활동을 놓고 찬·반 양론이일었다. 구호선을 보냈으나 효율적 활동을 펼치지 못하자구호활동을 주장했던 단원들은 ‘세계의사회’를 창설,국경없는 이사회와 결별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경없는 의사회는 파견·물자지원·의료지원·활동관리·재무·커뮤니케이션·기부 등으로 기능을 세분화하며 제2의 도약을 기약했다.재정은 민간모금으로 이뤄지나 정치적 색채가 가미되면 사절했다.옛 소련고르바초프 정권 시절 유럽이 소련에의 식량원조를 MSF에청탁했으나 자체 조사 결과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자 ‘정치적 원조’라며 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기근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르완다,보스니아내전,일본 고베와 터키 및 올해 인도에서의 지진,아프카니스탄내전 등 분쟁과 재난이 있는 곳엔 늘 이들의 손길이 미쳤다.99년에는 러시아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전쟁지역인 체첸으로 들어간 케니 글루크 단원이 정체불명의괴한들에게 납치되기도 했다.

이같은 희생정신과 인도주의적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드높이는 계기가 돼 99년 국경없는 의사회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앞서 96년에는 제 3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한국지부 설립을 위해 방한한 장 에르베 브라돌 회장은 “조직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희생할줄 아는 단 한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형식을 중요시하는 국내 봉사활동에 경종을 울렸다.노벨상 수상으로 구호활동이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지적도 받지만 ‘날개없는 천사’들의 행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

*한국판 MSF ‘글로벌 케어’.

우리 의료계가 파업만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국경없는의사회’ 못지 않게 구호활동을 펴는 의료단체도 적지 않다.‘글로벌 케어’는 한국판 국경없는 의사회로 통한다.

광명내과 박용준 원장이 이끌고 있다.94년 르완다에서 난민을 돌볼 때 국경없는 의사회를 비롯,수많은 비정부단체(NGO)의 활동에 감동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한국에는 왜 이같은 단체가 없을까.

96년 국경없는 의사회가 서울평화상을 받으러 내한했을때 이들을 붙잡고 자문을 구했다.이를 바탕으로 97년 글로벌 케어를 설립했다.해마다 베트남의 농촌 어린이들을 찾아 언청이 수술을 무료로 해줬다.99년에는 총상전문 의료진을 구성,인종청소가 자행된 발칸반도의 코소보 자치구를찾아 난민들을 치료했다.

연간 수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국경없는 의사회에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 등 1,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96년에 조직된 ‘열린 의사회’는 안과 무료시술에서 출발했다.서울 윤호병원 박영순 안과원장이 주축이 돼 ‘세상을 밝게’라는기치를 내걸었다.지금은 각 분야 전문의50여명이 참여,제법 짜임새를 갖췄다.97년 몽골 수도 올란바토르에서는 1주일간 1,500여명의 환자를 돌봤다.같은해11월 미얀마에서 펼친 사랑의 인술로 현지 언론으로부터‘국경을 초월한 의술단’이란 칭송을 받았다.

일본에 본부를 둔 ‘아시아의사연락협의회(ADMA)’ 한국지부에서 일하는 의사들도 있다.회원은 30대의 젊은 의사10여명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재해 및 분쟁지역에서 아시아의사들과 함께 치료활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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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기자
2001-04-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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