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창발성’ 시비의 속 뜻

[씨줄날줄] ‘창발성’ 시비의 속 뜻

장윤환 기자
입력 2001-03-17 00:00
업데이트 200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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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한완상(韓完相)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종종 사용하는 ‘창발성’(創發性)이란 용어가 북한에서 주로 쓰는 언어라며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고북한 헌법,노동당 규약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이 용어가 아무런 검증없이 교육정책의 핵심적 용어로 도입돼 교육의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한 부총리에게 이 용어의 사용중단을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창발성이란 뉴턴적 발상,콜럼버스적 발상 같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뭔가를 새롭게 이뤄내는 것으로 창의성보다 한층 역동적이라서 써왔다”며 “이용어가 북한에서 쓰는 말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앞으로는 문맥에 따라 적절히 용어를 쓰겠다”는 것이다.한 부총리로서는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부총리 겸 통일부장관으로 기용됐다가 진보적 색채 때문에 보수 언론의공격을 받아 중도하차했던 악몽이 되살아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1999년)은 ‘창발’ 또는 ‘창발력’이 ‘남이 알지 못하거나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내놓거나 새롭게 이뤄내 놓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어,창발성이 북한 고유용어가 아님이 밝혀졌다.교육계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한국교총이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하는 한 부총리의 발목을 잡으려다 미처 큰 사전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남북이 같이 쓰는 용어라도 가려서 쓸 필요는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 부총리가 이 용어의 사용을 재고하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한국교총 성명의 속뜻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한국교총은한 부총리가 북한 용어인 창발성을 교육정책의 핵심 용어로도입함으로써 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혹시 ‘친북교육’을 하려는건 아닌지 묻고 있다는 뜻이다.통일에 대비하는 ‘통일교육’은 당연히 교육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따라서 한 부총리는 ‘통일교육’과 관련,자신의 구상을 밝혀 공론화할필요가있다.그러지 않고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혀 통일교육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윤환 논설고문 yhc@

2001-03-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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