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배려하는 마음의 공간

[굄돌] 배려하는 마음의 공간

노재령 기자 기자
입력 2001-02-22 00:00
수정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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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살면서 자주 만나던 친구들도 서울생활하면서는 못 만난다고 한다.형제들도 집안에 제사나 결혼식이 있어야 만나지고,동창이나 옛 친구들은 우연히 슈퍼나 애들 학원 등 엉뚱한 장소에서 마주치고,10년만에 만나서도 한두 마디 나누다가 급히 헤어진다.주차를 잘못해 놓고 와서,애 학원시간이 늦어서,소중한 인연들과 정든 사람들을 잊고 산다.코 앞에닥친 일상생활 하기가 급급하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글쎄,뜻은 있어도 실천하기가 어렵다.친구가 쌍둥이를 낳았다고 소식을 듣고 모자를 샀는데 전해주지 못하고 1년이 지났다.친정모임에도 자주 빠지다가 한번 나타나면 사촌 동생들이 몰라보게 성장해 있다.이웃사촌 배려하는 마음의 공간이 너무나도 빈약하다는 반성을 가끔 한다.

이렇게 지내는 나에게 작은 감동을 전해준 분이 있다.2년전 미국 몬태나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워크샵이 있었다.한적한대학 캠퍼스에서 며칠 한국과 미국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거기에 한국 통역관이 한분 있었다.유창한 영어,탁월한 노래솜씨와 유머로 한국 참석자들을 무척 즐겁게 해 주신 분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뒤 여름 어느날,이 분이 문득 서울에오셨다고 내게 전화했다, 전달할 물건이 있다고.집 근처에서 만났더니 가방에서 커다란 못이 서너개 든 봉투를 둘 건네준다.몬태나에서 내가 몇해전 이사간 집의 벽이 모두 석고보드라서 거울 하나 걸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그래서 그 분이 미국 어느 철물점에서 석고보드용 특수 못을사가지고 서울에 와서 나를 찾은 것이다.나는 무척 놀랐다.

“세상에,어떻게 그걸 기억하셨어요?” 아주 작은 선물이지만 이런 배려를 별로 받지도 못하고 전하지도 않으면서 살아 온 것같다.그 분이 이번 겨울에도 다시 귀국했는데 조만간 부인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하였다.

아들일 것 같다고 하던데 부디 순산하시기 바랍니다.행복하십시요.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2001-02-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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