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오프라인 서점의 공존

[기고] 온오프라인 서점의 공존

이승용 기자 기자
입력 2001-01-06 00:00
수정 200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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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형편에서,그 동안 일선서점들은서민대중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민간도서관 몫까지 감당해 왔다.현재 전국의 크고 작은 4,000여서점이 열악한 출판풍토와 원시적 유통환경 아래서도 이런 소임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도서정가제’덕에 일정한 매출 이익을 보장받았으므로 가능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78년 이래 프랑스 일본 독일과 같은 출판 선진국들과 함께 카르텔 성격이 강한 도서정가제를 고수하는 이유는,지식사회 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출판산업의 고유한 특성인 도서상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그런데 출판문화에 대한 이같이 극히 기본적인 인식마저 90년대 중반이래 가차없이 유린되어 왔다.할인전문 매장과 일부 온라인서점의 무차별 할인판매 공세로 인해 전국 모든 서점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원칙을 지키는 쪽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심지어 부도덕하다고 지탄을받는 데 있다.한쪽은 도서정가제를 지킴으로써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데도소비자를 속이면서 매우 비싸게 파는 것으로 인식된다.반면 다른 한쪽은 반사이익을 보는 불법 할인판매인데도 소비자를 위해 대단히 친절하고 싸게 파는 것인양 비쳐진다.

이런 추세에 의해 지난 1년동안 전국적으로 1,000곳 이상의 중소서점이 폐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중소형서점의 이같은 대량붕괴 현상은 필경 출판산업의 궤멸은 물론 사회 전체에 문화적 잣대와 원칙을 상실하는 비극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지난 한해 독자와 출판서적계를 온통 혼란으로 몰아넣은 도서정가제 논란은 결국 원칙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그 혼란은또한 도서정가제라는 원칙을 마구잡이로 파괴해서라도 나 혼자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일부의 이기적인 행위에 대해 마땅한 제재장치나 규제 논리를 갖지 못한 출판서적계로서는 당연히 겪어야 할 진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출판·서적계의 온·오프라인 대표자들은 지난 4일 ‘전국도서유통협의회’를 창립했다.다행스럽게도 이 자리에모인 출판·서적인들은 그 동안의 혼란을 종식하고 도서정가제를 확립하며,출판유통 관행을 새시대에 맞게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특히 전자상거래 등장으로 더욱 첨예해진 도서정가제 갈등을 온·오프라인 서점이 공존상생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해소해 나가자고 다짐한 이 자리는,출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의미가 있다.

오프라인 출판서적계라고 해서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급속하게 이동하는 현상을 포함한 사회문화 환경 변화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온라인시장의 등장으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가 던지는 도서정가제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에 언제까지나 귀를 틀어막고 있을 수만도 없다.

따라서 전국도서유통협의회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도서정가제,다시 말하면 출판산업 발전을 위하여 도서정가제 골격은 유지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는 탄력적 운영 방안과 전근대적 유통관행의개선책을 찾는 데 온·오프라인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그같은 논의구조는 아직도 여전히 시장 진입기에 있는 온라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쇠락해가는 오프라인시장의 재활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한 일이기에,이제부터라도 온·오프라인을 포함한모든 출판서적인들은 전국도서유통협의회 안에서 출판유통의 발전을위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출판이 다른 분야와 명백히 다른 하나는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는 데 있다.전국도서유통협의회에 참여하는 출판서적계 대표자들은 힘과 지혜를 모아 출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소비자를 위한 이익 창출과 문화 발전이라는 두가지 산업적 목표를 이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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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용 홍익출판사 대표
2001-01-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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