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 진의 뭐냐” 탐색전 치열

“거국내각 진의 뭐냐” 탐색전 치열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2000-12-06 00:00
수정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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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치권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연말 국정쇄신 결단’ 언급이 화두로 떠올랐다.아이디어 차원의 국정쇄신책 중 하나로 ‘열린내각’,‘거국내각’ 시나리오가 화제에 오르면서 여야는 상대의 의중을 탐색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대통령 당적 이탈’을 전제로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각료 추천 의사’를 밝히자,발언의 배경과 진의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조심스레 여권의 반응을 살폈지만,여권은 이총재의 ‘전제조건’을 일축하면서 “실체가 없는 설익은 구상”으로 바라봤다.

[여권] 이총재의 ‘대통령 당적 이탈’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했다.이총재의 제안이 책임정치를 요체로 하는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무시한 발상이라는 논리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책임제에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총재의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거국내각 논의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면서 “현재 여야간 역학관계와 정치행태로는 거국내각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국정쇄신을위해서는 야당이 당리당략을 떠나 개혁입법과 합리적인 국정운영에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다른 핵심관계자 역시 “야당이 개혁입법에 협력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총재의 언급은 새로운 변화로, 정확한 진의를 파악중”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나라당] 이총재는 이날 공식·비공식으로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한나라당에서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각료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야당이 장관자리나 몇개 받고 거국내각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대통령제에 맞지 않다”면서 “여야가 없는 내각을 구성하면 좋고,내가 좋은 인재를 추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통령제 하에서 거국내각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기존 당론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 대목이다.권력구조 개편 논의나 거국내각의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국정쇄신의 필요조건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공식 브리핑 등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李총재, 정국주도권 선점 노린 설익은 포석.

5일 오전 한나라당 기자실에서는 이회창 총재의 ‘열린 내각’ 관련발언을 놓고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발언의 초점이 ‘각료 추천 의사’에 있는지,‘대통령 당적 이탈’에 있는지를 놓고 권철현 대변인의 브리핑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권대변인은 당초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좋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당리당략을 초월한 국정쇄신 협조의사를 밝힌 것으로 여겨졌다.그러나 곧이어 “핵심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총재직 포기”라고 ‘전제조건’을 붙였다.공식 브리핑 이후에도 여러차례 ‘당적 이탈’ 등을 부각시켰다.

이날 이총재의발언이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포석임을 시사한대목이다.‘설익은’ 거국내각 시나리오를 꺼낸 배경에는 정국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의 화두가 김대중 대통령의 ‘연말 결단’ 발언으로 쏠리자이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나름대로 논의의 중심축을 이끌어가겠다는전략적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이날 여권이 “이총재가 실체도 없는 거국내각 논의를 너무 앞세운다”고 경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총재는 정치권의 거국내각 논의가 당내 동요로 이어지면서,본인의 위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대통령 당적 이탈’이라는 대여(對與) 투쟁노선을 새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국정쇄신 구상이 박근혜(朴槿惠)부총재나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내 비주류 중진들의 초당적 위기 극복론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이날 이총재 발언의 배경으로 꼽힌다.

박찬구기자
2000-12-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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