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대선 이후 한반도

[사설] 美 대선 이후 한반도

입력 2000-11-09 00:00
수정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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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대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엄청난 산고를 동반한 드라마였다.공화당의 조지 W.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간 이번 대선 레이스는 초반부터 케네디-닉슨 대결 이후 40년만의 대접전으로 꼽혔다.개표 당일인 8일 최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 주에서 재개표를 선언하는 등 막판까지 숨막히는 시소게임이었다.우리는 미 대륙을 뜨겁게 달군 이번 대선의 최종 향방에 대해 미국 시민 못지않게비상한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해 왔다.옛 소련의 해체로 동서 양극체제에서 단극체제로 재편된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때문만은 아니었다.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장래에 미치는 파장이 다르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내정책이나 외교·통상 등 대외 정책에서 얼마간 다른 노선을 표방한다.정부나 우리 사회가 백악관의새 주인이 등장하는 데 따른 득실을 저울질해 온 것도 당연한 일이다.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 정부가 일관성있게 밀고온 한반도 탈냉전 구도가 다소 바뀌게 될지 모른다는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 공화당의 대북 노선이 민주당보다 강경하다는 점에서였다.반면 고어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대한 통상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없지 않았다.상대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뚜렷한 민주당 색채를감안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새 한·미 공조 모델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이를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별성,유세전에서 드러난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한 견해를 면밀히 검토,대응방안을 세워 나가야 한다.당선자 참모진의 성향도 차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방향을 미리 점칠 수 있는 가늠자 중의 하나다.

미국은 유례가 드물 정도로 격전이었던 이번 대선 레이스를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치렀다.높은 범죄율이나 지나친 상업주의 등 많은 문제점을 상쇄할 만큼 미국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 셈이다.미국은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체제이다.상·하원을 여전히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다지만 이번 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이 정책 자체가 공화당 우위인 의회의 요구에 따라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가 입안한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에 기초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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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보다 당당한 자세로 한·미 공조 프로그램을 재정립할 때라고 본다.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서는 ‘반(反)외세’가 아니라 미국 등 주변 4강의 지원을 얻는 ‘용(用)외세’의 적극적인 사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이를 가능하게 하는전제조건은 정치·경제 등 대내적 안정임을 잊어선 안된다.
2000-11-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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