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표현의 자유 ‘수난시대’

[굄돌] 표현의 자유 ‘수난시대’

이동연 기자 기자
입력 2000-10-21 00:00
수정 2000-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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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수난을 당한 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올 초 영화 ‘거짓말’이 음란물 시비에 휘말리면서 ‘음대협’(음란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는가하면,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 소년판이 미성년자보호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최근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JSA 전우회로부터 각각 사실을 왜곡하고 부대의 명예와 사기를 저하했다는 이유로혹독한 대가를 치루었고,9월 29일에 있을 예정이었던 페미니즘 아티스트 그룹 ‘입김’의 ‘종묘점거 프로젝트 전시회’가 이씨 종친회와 유림단체들의 항의에 전시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문화계와 그것의 현실 왜곡과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반문화적 보수 집단과의 갈등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간단한 문제처럼 보인다.음대협은 청소년보호가 표현의 자유보다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며,JSA전우회는 자신의 마크와 복장을 그대로도용하여 현실에도 없는 일들을 사실처럼 묘사했다고 실력행사를 했고,이씨 종친회는 성스러운종묘를 방자한 여성들이 유린했다고 역정을 냈다.이들은 서로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문화적 표현물이 갖는 허구적 특수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는다.말하자면 그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문화적인 무지를 떠나서 그동안 별다른 제지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윤리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전근대적 지배집단의 공포심과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성적 표현물이 청소년들을 망치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한반도의 분단체제가 급속도로 해체되어 자신들의 반공이념과 기득권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가부장제에대한 여성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져 님성사회 체제를 혼란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공포심 등이 문화적 표현물들을 단순히 허구물로 보지못하게 만든다.

문화적 표현의 소재들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앞으로도 계속될 소지가 많다.유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고,고소와 고발이 잇달아야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합의이다.문화적 표현물에대한 성숙한 시민사회의 이해와 문화적 관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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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문화평론가

2000-10-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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