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박찬호 17승

[외언내언] 박찬호 17승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2000-09-26 00:00
수정 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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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올림픽 구기 종목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야구일 듯싶다.예선 3위로 4강에 올라 미국과의 결승 진출 대결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국내 프로야구 최정예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Ш’의 기량이 올림픽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국내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특히 일본 프로야구 최고 스타라는마쓰자카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는 등 혈전을 펼치다 연장전에서 1점 차이로 이기던 장면은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예선에서 쿠바와 미국에 지긴 했지만 경기내용 면에서는 뒤질 것이 없었다.

국내 야구는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다.실업 강호가 미국 대학팀이나 일본 실업팀과의 경기에서 지기 일쑤였다.국가대표나 다름없는 실업 선발팀이 주전 선수들이 빠진 일본 프로팀과의 경기에서 맥없이 무너져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그러나 프로시대가 개막한 이후에는 달라졌다.기량 향상이 없으면 관중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프로정신’으로 피나는 훈련을 거듭했기 때문이다.선수마다 ‘실력=돈’이며,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프로 세계의 생리에 적응하기 위해 기량을 갈고 닦았던 것이다.이는 그 토양인 아마야구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져미국 프로야구가 탐을 내는 선수들을 잇따라 배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미국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도 이같은 토양 위에서 한국야구가 배출한 스타다.박찬호는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시즌 17승을 거뒀다.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갖고 있던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16승)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소장이 ‘나는 한국인이두렵다’는 책에서 박찬호의 성공 비결을 상대적으로 부진한 노모와비교·분석한 대목은 흥미롭다.그에 따르면 노모는 한동안 승승장구했지만 영어 익히기 등 현지 적응을 소홀히 하면서 내리막 길을 걸었다.반면 박찬호는 적극적인 자세로 빠르게 미국문화에 적응해 마침내노모를 능가했다는 것이다.그는 특히 다른 투수와는 달리 타석에서도반드시 출루하려는 박찬호의 투지를 높이 평가했다.박찬호는 시즌이끝나면 LA다저스와 새롭게 연봉 계약을 맺는다.그동안 성적에다 장래성까지 감안하면 연봉 수준은 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있다.미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 연봉은 NBA의 마이클 조던(당시 시카고 불스)이 1997∼1998년 시즌에 받은 3,300만달러다. 박찬호가 엮는 ‘황색 신화’가 어떻게 펼쳐져 나갈지 주목된다.

김명서 논설위원 mouth@

2000-09-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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