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運永씨 배후

[사설] 李運永씨 배후

입력 2000-09-23 00:00
수정 200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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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보증 외압의혹을 제기해 온 이운영(李運永)씨의 배후에 한나라당 관계자와 국정원 전 간부들이 있다는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의 발언은 충격적이다.엄의원은 21일 밤 한 조간신문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이씨의 변호사를 통해 수시로 접촉해 왔다”고 밝히고 “국정원 전직 간부 S씨가 이씨를 돌보고 있는 게 사실이냐”는 물음에는 “사실이다”고 시인했다.상당량의 자료를 건네받아 보관 중이라는 사실도 털어놓았다.엄의원은 그러나 22일 발언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씨의 기자회견이나 도피에 관여한 적이 없고 이씨를 만난 적도 없는데 배후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문제의보도는 상당 부분 ‘과대포장’됐다는 것이다.하지만 엄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평가해주고 간접적이라 하더라도 수시로 접촉하며 조언해준 것이 배후가 아니면 무엇이란말인가.엄의원과 접촉했다는 이씨의 변호사는 한나라당 인권위원이다.한나라당은 얼마전에는 이씨의 일기를 공개하는 등 이씨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보이기도 했다.일련의 과정으로 미루어 이씨의 주장에는 진위와는 상관 없이 정치적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이씨는 지난 21일 검찰에 긴급체포되면서 “지금까지 어떤 정치단체나 정당과도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엄의원의 발언으로 이는 거짓임이 드러났다.특히 이씨의 도피생활을 돌봐줬다는 국정원 전직 간부 S씨는 4·13 총선 당시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국정원이 자신의 서울 종로 출마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S씨가 총무를 맡고 있는 ‘국사모’(국가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단체도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개혁과정에서 직권 면직된 국정원 2·3급 간부들이 회원으로,반여(反與) 입장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민주당은 “과거 민주인사들을 고문하고 탄압한 사람들이 이제는 반정부 공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정원 출신과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지난해 11월 ‘폭로정국’의 와중에서도 문제가 됐다.“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정원 전직간부들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법리적으로 따진다면 수배 중인 이씨를 돌봐준 행위는 범인은닉죄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검찰은 이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 못지 않게 이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한나라당도 부인으로만 일관할 사안이 아니다.민주당은 이씨 사건의 본질이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고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고나섰다.국민들도 의구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한나라당은 이에 대해분명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2000-09-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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