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났다.옆선에서 끼어들기를 하던 차가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다가 옆차를 긁어버린 것이다.바쁜 출근길.길을 막은사고차 때문에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빵빵 클랙슨을 울리고 번쩍번쩍 라이트를 켜대고,성질 급한 사람들은 창문을 내리고 쌍욕을 하고….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거기에 자동차를 버텨 세우고 시비를 가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조바심이 난다.누가 봐도 잘잘못은 뻔한 일이니까 일단 자동차를 길옆에 세우고 차문을 열자마자 상대방 운전자가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운전 좀 똑바로 해.차선을 바꾸는데 그렇게 밀고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당신 깜박이 신호도 못봤어?”.새파란 젊은이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반말에다 삿대질까지 한다.
“아니 무슨 얘길 하는 거요.적반하장도 유분수지.당신이 무리하게끼어들기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거 아니오”.억장이 무너져서 항의를 하지만 워낙 거칠게 나오는 상대방에게 당할 재간이 없다.
“당신이 정 옳았으면 차는 왜 빼나.긁힌 것 내가 처리할테니 고마운줄이나 아쇼.젠장 아침부터 재수 더럽네”.그리곤 휭하니 자동차를 몰고 가버린다.완전히 닭 쫓던 개 모양이 된 운전자 양반은 너무억울하고 분해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된다.세상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그러더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어서 이민신청을 했단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상식도 정의도 실종된 세상.조금만머뭇거려도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번쩍번쩍 켜대는 불빛 때문에 아무 잘못이 없어도 심장 약한 사람은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뛴다.온 천지에 소음이다.버스 안이건 유원지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유행가 소리.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다.협상이라든가 타협,혹은 낮은 목소리고 소근대는 소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 꼭 투쟁은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박박머리 깎는 모습을 보여야하는가.좀 다른 투쟁 모습,좀 멋진 협상장면 같은 건 볼 수 없는가.
사람들은 그런다.이 모든 우리들의 모습은 정치권에서 오염된 것이라고.사사건건 부딪친다.하도 부딪치고,하도 서로말꼬리 잡고 늘어지니까 무엇이 큰일이고 무엇이 사소한 일인지도 구별할 수가 없고 어떤 일은 여(與)가 옳고 어떤 일은 야(野)의 말이 맞는지도 알 수 없고 그저 여도 야도 똑같이 지겹고 끔찍하기만 하다고.
영원한 평행선으로 서로 딴 방향으로 소리만 질러대니까 그 소음으로 국민들은 모두 귀가 막혀 버렸다.절대로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는다.양쪽 모두 사오정이다.여는 무조건 들어오란다.들어올 어떤 분위기도 만들어주지 않고 들어오라고만 하면 어떻게 고개 숙이고 들어갈 수가 있는가 말이다.야는 또 무조건 장외투쟁이다.서울역에서,인천에서,이제는 그들의 든든한 보호막이라고 믿는 부산에서 한판 크게벌이겠단다.야당 총재가 맨날 가슴에 구호걸고 거리에서 소리지르는것도 정말 지겹다.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정치권을 지겨워하는지 서로 질러대는 고함소리에 얼마나 귀가 아픈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상대방에게 먼저손을 내미는 쪽에다 민심을 몰아주자.사사건건 트집잡지 않고상대방의 얘기에도 일단 귀를 기울여 주는 쪽으로 편이 되어 주자.그래서무조건 목소리만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발 본때를 좀 보여주자.
손 숙 전 환경부 장관·연극배우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거기에 자동차를 버텨 세우고 시비를 가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조바심이 난다.누가 봐도 잘잘못은 뻔한 일이니까 일단 자동차를 길옆에 세우고 차문을 열자마자 상대방 운전자가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운전 좀 똑바로 해.차선을 바꾸는데 그렇게 밀고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당신 깜박이 신호도 못봤어?”.새파란 젊은이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반말에다 삿대질까지 한다.
“아니 무슨 얘길 하는 거요.적반하장도 유분수지.당신이 무리하게끼어들기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거 아니오”.억장이 무너져서 항의를 하지만 워낙 거칠게 나오는 상대방에게 당할 재간이 없다.
“당신이 정 옳았으면 차는 왜 빼나.긁힌 것 내가 처리할테니 고마운줄이나 아쇼.젠장 아침부터 재수 더럽네”.그리곤 휭하니 자동차를 몰고 가버린다.완전히 닭 쫓던 개 모양이 된 운전자 양반은 너무억울하고 분해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된다.세상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그러더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어서 이민신청을 했단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상식도 정의도 실종된 세상.조금만머뭇거려도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번쩍번쩍 켜대는 불빛 때문에 아무 잘못이 없어도 심장 약한 사람은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뛴다.온 천지에 소음이다.버스 안이건 유원지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유행가 소리.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다.협상이라든가 타협,혹은 낮은 목소리고 소근대는 소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 꼭 투쟁은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박박머리 깎는 모습을 보여야하는가.좀 다른 투쟁 모습,좀 멋진 협상장면 같은 건 볼 수 없는가.
사람들은 그런다.이 모든 우리들의 모습은 정치권에서 오염된 것이라고.사사건건 부딪친다.하도 부딪치고,하도 서로말꼬리 잡고 늘어지니까 무엇이 큰일이고 무엇이 사소한 일인지도 구별할 수가 없고 어떤 일은 여(與)가 옳고 어떤 일은 야(野)의 말이 맞는지도 알 수 없고 그저 여도 야도 똑같이 지겹고 끔찍하기만 하다고.
영원한 평행선으로 서로 딴 방향으로 소리만 질러대니까 그 소음으로 국민들은 모두 귀가 막혀 버렸다.절대로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는다.양쪽 모두 사오정이다.여는 무조건 들어오란다.들어올 어떤 분위기도 만들어주지 않고 들어오라고만 하면 어떻게 고개 숙이고 들어갈 수가 있는가 말이다.야는 또 무조건 장외투쟁이다.서울역에서,인천에서,이제는 그들의 든든한 보호막이라고 믿는 부산에서 한판 크게벌이겠단다.야당 총재가 맨날 가슴에 구호걸고 거리에서 소리지르는것도 정말 지겹다.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정치권을 지겨워하는지 서로 질러대는 고함소리에 얼마나 귀가 아픈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상대방에게 먼저손을 내미는 쪽에다 민심을 몰아주자.사사건건 트집잡지 않고상대방의 얘기에도 일단 귀를 기울여 주는 쪽으로 편이 되어 주자.그래서무조건 목소리만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발 본때를 좀 보여주자.
손 숙 전 환경부 장관·연극배우
2000-09-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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