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反美를 넘어 미국 바라보기

[대한광장] 反美를 넘어 미국 바라보기

강정구 기자 기자
입력 2000-08-30 00:00
수정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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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SOFA 개정,한강독극물 투하,매향리 폭격장,숱한 주한미군의 범죄 등으로 부터 미군철수,통일후 미군주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되고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반영하듯 국회에서도 SOFA의 전면적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표되었다.대통령까지 맹목적인 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총재는 “급진세력의 선동적 반미운동이 전통적한미 우호선린과 안보동맹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활발한 시민사회의 논의는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한지 55년만에 처음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을 상징하는것으로 반가워 할 일이다.그런데도 이러한 민주적 논의를 반미=용공=친북=급진세력=불순세력=탄압대상(무조건)이라는 낡은 올가미로 덮어씌우려는 일부의 움직임은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과연 최근의 시민사회 움직임이 반미이고 또 낡은 반공매카시즘을불러와야 할 성격의 것인가? 최근의 논의는 불평등하고 비정상적인한미관계를 대등한 한미관계로 바꾸자는 평등권,서울시민의 식수인한강에 독극물을 투하한 것에 대한 환경권과 생존권,국제 폭격장이되어버려 주민들의 삶이 원천적으로 파괴된데 대한 생활권,주한미군범죄에 희생된 한국인의 인권,외국군을 철군시켜 자주권을 높이자는주권,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미군을 철군하자는 통일권,주한미군이전쟁억지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갈 위협이 있다고 철군을 주장하는 평화권과 생명유지권 등 제반 권리요구운동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과 운동이 맹목적인 반미로 흐르는 경향이 일부 있기는 하다.이에 대해 우려는 할 수 있겠지만 배격은 할 수 없다.더구나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급진불순으로 타도의 대상이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극단의 논리이다.

우리의 제반 권리요구에 관한 문제라면 주한미군 뿐 아니라 어느 누가 관련되더라도 지탄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주한미군 문제를신성불가침으로 논의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까지 짓밟는 행위이다.

물론 주한미군이 아직도 필요하고 한미관계가 이대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논쟁을 통해서 할 일이지 시대 역행적인 반공매카시즘을 통해서 시민사회에 강제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마땅히 주한미군을 더 이상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존치할 것이 아니라 공론의 대상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물론 주한미군에 국한시키지 말고 한미관계 자체에 대하여도 이러한끌어내리기는 필요하다.

과거 55년동안 우리들 대부분은 일부 근거없는 신화 속에 미국과 주한미군을 안치시키고 흠모와 동경의 대상으로만 보아왔다.동시에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 고유의 귀중하고 자랑스런 것들까지도 단지 미국의 것과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는 민족 비하주의에 빠져 왔다.

심지어 일부는 어린 시절 왜 저 넓고 힘세고 강한 미국나라에서 흰둥이로 태어나지 않고 이 조그만 한국땅에 노란둥이로 태어났는지 한탄하며 태생에 대한열등의식까지 가지기도 하였다.미국은 때로는 진정한 우방과 친우였지만 때로는 내정간섭과 점령군이었다는 점을 부정 할 수는 없다.

과거 일제 식민통치기간동안 수많은 조선인들이 조선총독부와 내통하여 민족개량주의라는 이름아래 나라 빼앗김을 일본이라는 외세에탓으로 보기보다는 우리 민족 스스로에게 돌림으로써 더 심대한 친일행위와 반민족행위를 해왔다.

이제 통일시대를 맞은 이 시점에서 우리 자신도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이완용, 최남선, 이광수 등이 저지른 친일행위와 너무나 유사성을띤 행위와 사고를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또 이제까지의 숭미주의와 감정적인 반미주의를 넘어 미국과 주한미군의 실체를 꿰뚫어보는 지미주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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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동국대교수·사회학
2000-08-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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