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재건’

인천 차이나타운 ‘재건’

김학준 기자 기자
입력 2000-08-24 00:00
수정 2000-08-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 러시를 계기로 인천의 화교촌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우리나라가 중국인 해외여행 자유화국가에 포함되고 제주도 무사증입국이 시행되면서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오자 국내 최초의 차이나타운이자 ‘자장면’의 고향인 인천시 중구 선린동 화교촌이 긴 침체에서 벗어나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천역 앞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르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붉은 바탕에 흰 글씨의 간판들,적색 벽돌과 나무로 지어진 허름한 중국식 건물들.각종 반점(飯店)과 옛 청나라대사관 등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1890년대에 멈춘 듯 서있다.

인천시 중구 선린동 25번지 일대 화교촌.1883년 제물포항의 개항과더불어 형성된 이곳 화교촌은 당시 1만여명의 화교와 숱한 내국인들이 모여들던 개항기 최대의 번화가였다.

자장면이 처음으로 개발된 곳도 여기다.화교촌은 각종 중화요리 뿐아니라 한약재·도자기 등 중국 물품과 설탕·유리·물감 등 각종 서양 물건이 거래되는 구한말과 일제시대 최고의 백화점이었다.‘비단장수 왕서방’도 한켠에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을 거쳐 60년대 화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면서 화교들은 동남아 등으로 하나둘씩 떠나 지금은 자장면집 예닐곱이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아직도 중국한의원,중국문화사,화교학교,화교협회사무실,쿵후도장 등이 남아 ‘한국 속의 중국’을 실감케 하고 있다.옛 청국대사관 건물에 들어선 화교학교는 아직도머물고 있는 화교 170여명의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화교촌에 재기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최우선 과제로 화교촌 활성화를 약속했다.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경제권의 교통요충지가 될 인천국제공항 바로 옆에 있는 화교촌이 ‘관광인천’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북경·상해시,산동성 등 9개 시와 성에 한해 단체관광 형태로 시행되던 중국인 관광이 지난 6월부터 완전 자유화된 것도 화교촌 재건을 더욱 부추겼다.

인천시의 개발 계획은 기존의 화교촌 뿐 아니라 인근의 자유공원과신포시장 일대까지포함하는 광역화사업이다.다만 기존의 화교촌은가능한 원형을 유지하고 심하게 낡은 건물만 부분적으로 개량한다는방침이다.

대신 화교촌 인근의 신포동 재래시장 일대를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전문 상가지역으로 새로 개발하고,화교촌 및 국제여객터미널 주변에대규모 중국음식점 및 숙박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여기에 상가및 마작방·노래방 등 유흥시설을 설치해 먹거리·놀거리·살거리를갖춘 복합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자유공원과 연안부두,월미도 등 주변의 관광명소와 연계한관광상품을 개발하고,자유공원∼배다리간을 ‘중국인 관광특구’로지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아울러 기존의 화교촌에 내년까지 중국거리를 상징하는 기념물과 중국식 가로등 50개를 설치하고 진입로에는 칼라 콘크리트 포장을 하는 등 기반시설을 늘여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또 주차공간을 늘이고 인천국제공항·인천항과 화교촌간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차이나타운 개발사업에 동남아의 화교자본을 적극 유치하기로 하고 국내 주재화교인협회와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21세기 중국은 세계 4위의 관광객 송출국이 될것”이라며 “미국 뉴욕의 차이나타운 등에 못지 않은 화교촌을 조성,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민 모두가 찾는 명소로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장의량 인천화교협회 사무장 인터뷰.

“생색내기식 개발은 화교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에게도,한·중 두나라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천시 화교협회 장의량(張義亮·60) 사무장은 인천시의 차이나타운 개발계획이 전시행정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씨는 “당장의 필요에 급급해 무작정 개발에 착수하기에 앞서 화교촌에 남아 있는 화교들의 실상을 먼저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170여명의 화교 중 극히 일부가 중국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화교촌의 명맥을 잇고있는 현실을 인정한 뒤 화교촌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화교촌 일대에 내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현재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점차 생활기반을 잃고 있는 화교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게 장씨의 주장이다.

장씨는 “한때 수천명에 이르던 화교들이 당국의 불합리한 정책에실망해 상당수 떠나갔다”면서 “생계수단이 불확실한 화교들을 위해 화교촌을 활성화하되 가능한 원형을 보존하는 개발방식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시나 중구가 중국인 관광객을 확보한다는 목적에 집착,‘화교없는 화교촌’을 개발해서는 안된다”면서 “화교들과 충분한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발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2000-08-24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