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조교가 교수 머슴인가”

“대학조교가 교수 머슴인가”

이창구 기자 기자
입력 2000-07-22 00:00
수정 200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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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조교들은 방학이 더 서럽다.

교수들이 학회나 세미나,현지 답사 등의 명목으로 국내외로 출장을 가거나휴가를 떠나 잡무는 물론 연구 관련 일까지 조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의 한 명문대 대학원 금속공학과 조교 10여명은 1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매일 밤샘 근무를 한다.외유 중인 교수는 전화로 진척상황을 체크할 뿐이다.

거액의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조교에게 돌아오는 돈은 박사 과정은 1년에 360만원,석사 과정은 한달에 10만원 수준이다.석·박사 과정 학기 등록금 350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Y대 조교 이모씨(28)는 “교수에게 불만이 많지만 프로젝트에서 빠지면 논문 준비에 차질이 생기고 그나마 보탬이 되는 연구비도 받을 수 없어 눈치만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문과대학원의 조교 김모씨(27)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교수님을 대신해 전화를 받고 우편물과 E-메일을 챙기며 청소를 한다”면서 “개인비서인지 대학원생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S대 조교 임모씨(29)는 지도교수가 방학 동안에밀린 논문과 책을 쓰는 바람에 출판사와 인쇄소를 찾아 다니는 것이 일과가 돼 버렸다.임씨는 “교수님이 학회 발표도 주관하고 있어 장소 섭외,연락처 확보,홍보 등 모든 일을혼자서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교들이 고충과 고민을 토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조교넷’(www.jogyo.co.kr)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한 이용자는 “아침 일찍 출근해 연구실 화분에 물을 주고,교수님의 이삿짐을 나르고,커피 심부름까지 한다”며 자신을 ‘파출부+노가다+개인비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나마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는 국립대의 학과 조교들은 나은 편이다.하지만 국립대의 연구 및 수업조교와 사립대 조교는 학생,일용직 교원 신분이다.

이 때문에 지방의 S대 조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했으나 학교측에서 번번히‘지도자’급 조교들의 임용을 해제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일부 대학의 조교들은 조교협의회를 구성,신분 보장과 급여 현실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한다.H대 학과 조교협의회는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파업을 벌여 월 60만원이었던 급여를 30% 올렸으며 K대 조교협의회도 지난달14일부터 5일 동안 파업을 했다.

K대 조교협의회 회장 박모씨(29)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임시직이이지만 졸업·장학·성적관리·수강신청 등 행정 직원 이상의 격무에 시달린다”면서 “앞으로 업무에 맞는 대우와 신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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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
2000-07-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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