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서 칼럼] 오만한 미군

[김명서 칼럼] 오만한 미군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2000-07-21 00:00
수정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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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오만하다’는 소리가 또 나오게 생겼다.무례하다고 해도 할 말이없게 됐다. 페트로스키 주한 미8군 사령관이 20일 고건(高建)서울시장을 방문,미군이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려다 잠정연기했다.미군측은 사건 관련자를 상응한 수준에서 처벌하겠다는 뜻도 밝힐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과거에도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피해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표명해야 옳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부터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과를 했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엎드려 절을 받는 듯한 씁쓸한 기분을 느낄수밖에 없다.사과를 하는 처지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것부터가 불쾌감을준다.

지난 90년 12월에 공표된 미국 정부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독 주재 미군기지의 환경시설 개선을 위해 미국은 30억달러를 투자했다.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의 시설을 개선하려면 규모로 미루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당장에모든 문제시설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은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계적 개선방안이라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결국사과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환경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날 페트로스키 사령관의 상관인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물론,매향리 미 공군사격장 문제 등 일련의 현안에대한 미군 당국의 보다 성의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규탄의 목소리는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반미감정으로 확산되는 것은 한·미 두나라 모두에게 좋지 않다.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중요하다는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미국은 한국 수출의 최대시장이다.그렇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에만 안주하려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

한국도 미국의 이익에 중요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미간의 최대 갈등 현안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다. 반미감정의 시한폭탄으로도 불린다.독일이나 일본 등 다른나라와의 주둔군지위협정에비해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 우리국민들의 불만이다.한마디로 주권국민의 자존심 문제에 연결돼 있다.미·일주둔군지위협정은 98년 일본 국민들의주권을 대폭 강화하는 수준으로 개정됐다.한·미 협정은 91년 1차 개정됐으나 95년부터 2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시간만 끌고 있다. 대표적인불평등 조항으로 꼽히는 ‘형사관할권’문제와 관련,우리 정부는 미군범죄인신병 인도시점을 현재의 형확정 단계에서 기소 단계로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법정 형량 3년 이하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자에 대한 재판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한 대안을 얼마전 제시해서 사실상의 ‘개악(改惡)안’이라는 비난을 샀다.

미군주둔지를 환경범죄 영향권 아래 포함시키고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에게 한국 노동법을 적용시키는 문제도 쟁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미국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SOFA 조항이 차별적”이라고 지적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미국이 김대통령의 직설적 주문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다음달 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SOFA협상 결과가 주목된다.미국측의 양식 있고 성의가 담긴 답변을 기대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미국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미국이 응하지 않는데”라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일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이제는 할 얘기는 당당히하고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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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서 논설위원 mouth@
2000-07-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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