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소명의식 없는 고위공직자

[오늘의 눈] 소명의식 없는 고위공직자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2000-07-06 00:00
수정 200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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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의 말대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는 어떠한 이유로도섣불리 훼손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기념비’다.그런데 정작 당국자들은 얼마나 정상회담의 의미를 뼛속깊이 새기고 있는가 묻고 싶다.

정부가 8·15이산가족 방문단에 ‘정책적으로 고려할 5% 인원’을 포함시킬것이란 특혜시비에 대한 5일 통일부 담당국장의 해명을 들어보자.

(기자)정책적인 고려가 무슨 의미인가? (국장)모르겠다.

(기자)5%라는 수치까지 제시됐는데 모를 수가 있나? (국장)내가 얘기한 게아니라서 모르겠다.

(기자)주무국장으로서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장)말하기 어렵다.

전날엔 이런 일도 있었다.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한 토론회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장기적으로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그런데 파문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10∼20년 뒤의 미래상황을 언급했을 뿐 양측간에 합의한 사실은 없다”고 금세 말을 바꿨다.박장관은 지난달 정상회담 직후 국회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공항영접 사전인지 여부를 놓고 양영식(梁榮植)차관과 서로 자기 말이맞다고 우기는 ‘촌극’을 연출한 적도 있다.사실 정책적 고려 대상을 포함시켜야 할지,이산가족 재결합 발언이 성급한지를 따지는 것은 둘째 문제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일반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김정일 신드롬’에어리둥절해 있고,이산가족들은 이번엔 정말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가슴을졸이고 있다.한편에서는 일부 분단주의자들이 현 정부의 ‘실족(失足)’을바라며 기회만 엿보고 있다.

이같은 거대한 과제에 능란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신중함과 철저함,그리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살신성인의 소명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혹시 당국자들이 일반 샐러리맨의 차원에서 ‘밥값’정도만 하려 한다든지,허명(虛名)만을 날리려는 생각이라면 자신은 물론 우리 민족 전체에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김상연 정치팀 기자 carlos@
2000-07-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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