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강경투쟁 돌변 배경

의료대란/ 강경투쟁 돌변 배경

유상덕 기자 기자
입력 2000-06-23 00:00
수정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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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폐업을 하루빨리 끝내고 본업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과달리 의사협회의 폐업투쟁 분위기가 강경노선으로 선회했다.

의사협회는 전국회원에게 ‘5∼7일간의 타협 없는 폐업 투쟁’을 주문하는등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또 23일부터는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표를 내고 휴진에 들어가기로해 입원환자와 중환자마저 진료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의료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후 임의조제,대체조제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협상안을 일축하고 약사법 개정 등 획기적인 대안을 가지고오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등 협상자세 또한 더 경직됐다.

한술 더 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약분업 재검토와 약사법 개정 약속을 요구하는 등 요구조건을 한층 강화하며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협이 이같이 강경한 자세로 돌아선 것은 21일 정부와의 협상이 결렬돼 회원들이 실망한데다 22일 검찰이 진료를 방해한 의사를 첫 구속하고 의료계폐업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의 김재정(金在正) 회장 등 지도부를 소환통보한데 대한 반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집단폐업 3일째를 맞은 22일에는 전국의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대학병원등으로 환자가 몰려 비상진료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의약품 품귀현상마저빚어지고 있다.의사들의 진료거부로 제때 치료했더라면 살아날 수도 있었을환자들이 곳곳에서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다.

누구 때문에 이들이 희생당해야 한단 말인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투쟁을 벌이는 의사들에 대해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중환자나 응급환자를 돌봐야 할 ‘의료의 최후 보루’인 의대 교수들마저 의사들의 집단 폐업에 동참키로 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이들이 과연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흥분을 감추지못했다.

경실련 이강원(李康源·36) 사무국장은 “폐업확대 등 강경입장은 국민들의희생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을 의료계는 깨달아야 한다”면서 “늦었지만지금이라도 폐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37) 총무국장은 “의협이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않아 안타깝다”며 “국민들의 희생은 염두에 없이 마지노선을 정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사들의 움직임에 교수들까지 부화뇌동하지 말고 현명하게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료거부로 병원을 전전하다 끝내 숨진 정동철씨(39·무직·서울 성북구 미아동)의 친구 박모씨(39·회사원·인천 서구)는 “환자를 치료할 책임이 있는 병원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의사들이 이성을 찾아 어쨌든 환자는 살려놓고봐야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유상덕 송한수기자 youni@
2000-06-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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