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최고급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피살자는 광고회사 사장이자일급 카피라이터인 정유정.그녀의 몸은 9군데나 칼에 찔려있었다.서둘러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주변인물 8명이 용의자로 떠오른다.그런데 뜻하지 않은복병이 나타난다.느닷없이 TV방송사가 수사 전말을 생중계하겠다고 나선 것.
‘특집 생방송,정유정 살해사건’이란 프로그램이 꾸려지고,경찰과 용의자간의 취조 과정이 24시간 전파를 타고 전국에 전달된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다음 얘기가 궁금해질 법하다.스튜디오에 나온 해설자와진행자는 마치 권투나 야구시합처럼 수사과정을 중계하고,화면 한쪽엔 범인을 알아맞추는 음성전화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시청률은 나날이 치솟아 50%대를 넘나들고….
미디어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야유가 얼핏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게하는 이 블랙코미디는 젊은 연출가 장진이 16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신작 ‘박수칠때 떠나라’이다.연극 ‘택시드리벌’‘허탕’,영화 ‘기막힌 사내들’‘간첩 리철진’등에서 탁월한 코미디감각을 과시한 바 있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미디어에 국한된 풍자라기보다는 ‘쇼적인 사회’전반에 대한 패러디라고보는 게 더 맞을 겁니다.TV중계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살인사건을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게 되고,그러면서 어느순간 ‘여자가 죽었다’는 실체적 진실은사라지게 되는 거죠” 미디어는 시청률을 위해 자극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이에 길들여진 시청자는 진실 그 자체보다는 진실을 포장하는 외피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극 설정은 현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은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온다.연극의 주 메시지는 주인공 최연기형사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그는 한 인간의죽음조차 상품화하는 ‘쇼적인 사회’에 심각한 회의를 품고, 사건의 진실에다가가려 애쓰는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햄릿’이후 1년만에 연극판에 돌아온 배우 최민식이 노련하면서인간적인 최형사역을 맡았다.97년 흥행작 ‘택시드리벌’이후 장진과 두번째작업인터라 호흡이 척척 맞는다.나이터울로는 맏형과 막내동생뻘이지만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는 깍듯이 예우하는 사이.아니나다를까 장진이 최민식에 대해 “무대에 쫙 달라붙어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라고 평하자 최민식은이에 질세라 “관객과 연극의 거리를 좁힐 줄 아는 재능있는 연출가”라고맞받았다.
연극의 제목 ‘박수칠때 떠나라’는 극중 장유정의 유서에 적힌 말. 박수쳐줄 때 떠나야 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사회에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다.어느 누가 이 금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슬쩍화살을 되돌렸더니 장진은 “안 그래도 한 2∼3년 현장에서 떠나 다른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최민식은 “인기인이 아닌 배우로서는 박수에 상관없이 떠나고 싶지 않다”고 눙친뒤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적당한 때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짜 폼나는 일 아니냐”고 덧붙였다.
윤주상,정규수,신하균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박수칠때 떠나라’는 30일까지 공연된다.화∼일 오후8시,토 오후 3시·7시,일 오후 2시·6시.(02)2005-0114이순녀기자 coral@
‘특집 생방송,정유정 살해사건’이란 프로그램이 꾸려지고,경찰과 용의자간의 취조 과정이 24시간 전파를 타고 전국에 전달된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다음 얘기가 궁금해질 법하다.스튜디오에 나온 해설자와진행자는 마치 권투나 야구시합처럼 수사과정을 중계하고,화면 한쪽엔 범인을 알아맞추는 음성전화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시청률은 나날이 치솟아 50%대를 넘나들고….
미디어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야유가 얼핏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게하는 이 블랙코미디는 젊은 연출가 장진이 16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신작 ‘박수칠때 떠나라’이다.연극 ‘택시드리벌’‘허탕’,영화 ‘기막힌 사내들’‘간첩 리철진’등에서 탁월한 코미디감각을 과시한 바 있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미디어에 국한된 풍자라기보다는 ‘쇼적인 사회’전반에 대한 패러디라고보는 게 더 맞을 겁니다.TV중계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살인사건을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게 되고,그러면서 어느순간 ‘여자가 죽었다’는 실체적 진실은사라지게 되는 거죠” 미디어는 시청률을 위해 자극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이에 길들여진 시청자는 진실 그 자체보다는 진실을 포장하는 외피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극 설정은 현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은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온다.연극의 주 메시지는 주인공 최연기형사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그는 한 인간의죽음조차 상품화하는 ‘쇼적인 사회’에 심각한 회의를 품고, 사건의 진실에다가가려 애쓰는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햄릿’이후 1년만에 연극판에 돌아온 배우 최민식이 노련하면서인간적인 최형사역을 맡았다.97년 흥행작 ‘택시드리벌’이후 장진과 두번째작업인터라 호흡이 척척 맞는다.나이터울로는 맏형과 막내동생뻘이지만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는 깍듯이 예우하는 사이.아니나다를까 장진이 최민식에 대해 “무대에 쫙 달라붙어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라고 평하자 최민식은이에 질세라 “관객과 연극의 거리를 좁힐 줄 아는 재능있는 연출가”라고맞받았다.
연극의 제목 ‘박수칠때 떠나라’는 극중 장유정의 유서에 적힌 말. 박수쳐줄 때 떠나야 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사회에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다.어느 누가 이 금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슬쩍화살을 되돌렸더니 장진은 “안 그래도 한 2∼3년 현장에서 떠나 다른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최민식은 “인기인이 아닌 배우로서는 박수에 상관없이 떠나고 싶지 않다”고 눙친뒤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적당한 때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짜 폼나는 일 아니냐”고 덧붙였다.
윤주상,정규수,신하균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박수칠때 떠나라’는 30일까지 공연된다.화∼일 오후8시,토 오후 3시·7시,일 오후 2시·6시.(02)2005-0114이순녀기자 coral@
2000-06-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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