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사실 입증보다 선정성 판치는 보도

[매체비평] 사실 입증보다 선정성 판치는 보도

최민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5-31 00:00
수정 2000-05-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살다보면 입이 열이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의 당사자가 될 때가 있다.지금 장원 교수(43)사건과 관련된 사람 모두가 그렇다.장원씨가 교수이자 시민운동가이며 뛰어난 연사이다보니 해당분야 동업자 모두 애가 탄다.특히 시민운동분야의 동업자들은 억장이 무너져도 입을 열 수가 없다.장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9일자 신문은 일제히 장씨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중앙일보의 경우 1면 톱으로 이 사건을 올렸고 사회면과 사설을 통해 매질했다.조선일보도 1면 사이드톱으로 이 사건을 올리고 30면,31면에 오양과 장씨의 일문일답및 각계반응을 실었으며 사설을 통해 응징했다.한국일보는 사회면 톱기사로이 사건을 기사화했고 사설을 통해 비난했다.국민일보와 한겨레,경향신문은사회면에서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었다.‘이젠 누굴 믿나’ ‘배신감 허탈’ ‘그들도 다를게 없나’ ‘우리는 늘 속아야 하는가’ 등 기사제목에서시작해 사설에서는 ‘이제 다시 껍데기는 가라’ 고 신문들은 외치고 있다.

결국 이번사건으로 ‘시민단체 도덕성에 흠집’이 갔고 ‘시민단체는 치명타’를 입었으며 ‘개혁세력은 쇼크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신문기사를 섭렵(?)하다보면 슬며시 몇가지 의문이 고개를 치켜든다.우선 사실관계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어쨋든 장씨의 경우는 변명의여지가 없지만 도대체 장씨와 오양은 어떤 관계였으며,무엇 때문에 강연이끝난 날 야밤이라고 해야할지 이른 새벽이라 해야할지 모를 시간에 오양은호텔에서 장씨를 기다리고 있었을까.대부분 신문들이 장씨 사건에 대해 사실보다는 평가위주의 기사에 치중했는데 ‘흥분’에 우선한 ‘사실보도’를 접하고 싶다.다음으로 왜 장씨 사건이 이토록 큰 비중으로 다루어질까 생각하게 된다.여기에는 우리 언론의 떼거리 저널리즘,경마저널리즘,‘선정성으로먹고살기’의 오랜 병폐가 개입되어 있다.

또 일부신문들의 지나친 면 할애와 비난강도,‘장씨=시민운동 전체’ 라는등식형 보도를 보면 혹시 이 신문들은 시민단체에 어떤 ‘감정(?)’이 있어서 이런 사건을 기다리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의혹도 생긴다.중앙일보의 경우 우리 경제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현대사태를 제끼고 이 사건을 1면 톱기사로 올렸다.뿐만아니라 3면 종합란 전체를 이사건보도에 할애했다.중앙일보는 ‘도덕성 흠집,시민단체 치명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장씨 시건으로 시민단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하고 ‘시민단체 도덕성에 흠집을 낼 만한 사건.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며 여러 가지 지나간 일들을 모아놓고 ‘시민단체 전체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위상추락과 함께 활동공간이 위축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들은 한결같이 “스타 운동가식 운동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이점은 시민운동 특히 시민언론운동단체에서 늘 언론에 제기하던 문제였다.언론이 시민운동 전체를 균형있게 보도하지 않고 특정단체,특정 시민운동가만 보도하는데 따른 문제제기였다.스타운동가는 누가만들었는가.언론을 타지 않으면 ‘스타운동가’가 되지 못한다.총선연대활동 중에도 언론은 몇몇 스타운동가의 따라잡기에 바빴다.경제보도에서도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재벌과 대기업중심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같은 방식으로 시민단체에 접근했다.언론에 의해 몇몇 시민단체가 ‘스타화’했다.지금 그 별중의 하나가 떨어지고 있다.

언론은 자기가 만든 ‘스타’가 잘못을 저지르고 궁지에 빠지자 ‘확인사살’하고 있다.정녕 언론은 오늘의 장원씨에 대해,스타운동가에 대해 책임질소지가 없는 것일까.

◆최민희 민주언론시민聯 사무총장
2000-05-31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