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에 부는 여권신장 ‘바람’

아랍권에 부는 여권신장 ‘바람’

입력 2000-05-31 00:00
수정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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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르 대신 참정권을 달라’ 여성 인권에 관한 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아랍국가들에서 여권 신장 움직임이 활발하다.이란 총선에서 여성의원들이 대거 당선되고 쿠웨이트에서는그동안 논란이 돼 온 여성의 참정권을 금지한 선거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게됐다.더디기는 하지만 아랍권에서 여권신장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쿠웨이트 행정법원은 29일 여성 참정권론자들이 참정권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이 헌법의 남녀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을 쿠웨이트 사상 처음으로 받아들였다.그간 논란이 돼온 여성들의 투표권 및 공무담임권을 비롯한 참정권 허용 문제와 관련된 소를 취하하지 않고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에이관,심의토록 지시한 것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하며 이 소송을 제기한 롤라 다쉬티(36)씨는 “이번 결정은 진실로 우리가 원했던 것이며 이제 헌법재판소가 선거법의 위헌여부를 가리게 됐다”고 환영했다.여성 참정권론자들은 3월 전원 남성들로구성된 의회가 오랜 전통과 종교적 가치의 훼손을 구실로 국왕이 제시한 여성참정권 허용 포고령을 거부한데 이어 2003년부터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부결시키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란은 2월 실시된 총선에서 여성 출마자가 7.2%에 달했고 30여명이의회에 진출했다.카타르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시의회 선거에 여성참여를 허용했고 오만에서도 정부자문위원회에 여성 2명을 선출했다.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최초로 지난해 말 여성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시작했다.그런가 하면 이집트 의회는 지난 1월 여성에게 이혼할 권리를 주는법안을 통과시켰고 모로코에서는 참정권과 배울 권리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아랍권의 이런 변화는 91년 걸프전 이후 이슬람 국가들에 위성방송 등 대중매체가 전파되고 당시 외국유학 바람으로 미국·유럽 등지에서공부한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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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기자 kmkim@
2000-05-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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