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公 장애인 안전 외면’ 법정투쟁 승소

‘지하철公 장애인 안전 외면’ 법정투쟁 승소

입력 2000-05-27 00:00
수정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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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장애인 편의시설을 고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는 장애인이 10개월간의 소송 끝에 장애인의 작은권리를 되찾았다.

주인공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급 척수장애인 이규식(李圭植·31·서울광진구 구의동)씨.

이씨는 지난해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를 당한 뒤 ‘장애인들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시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26일 법원으로부터 “지하철공사는 이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받아냈다.강제조정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원·피고간화해 조건을 결정하는 것으로, 당사자들이 2주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씨는 지난해 6월28일 저녁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전동스쿠터를타고 리프트에 올라 스위치를 조작하다 앞쪽에 설치된 안전판이 젖혀지면서계단으로 굴러떨어져 목과 허리 등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그러나 지하철 공사측은 “리프트는 법적 규격에 맞게 설치돼있었던 만큼 이씨의 사고는 개인적 실수”라며 책임을 회피했다.이에 이씨는 같은해 8월 서울지방법원에 “장애인 편의시설은 법적 최소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이라도 혼자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스쿠터를 탄 이씨에게 재판 과정은 험난했다.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법원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고,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법정에 도착할 수 있었다.법정 안에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방청석 한쪽 구석에 벽을 바라본 채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사고로 다친 목의 통증도 쉽게 가시지 않았고,손은 계속 저려왔다.그러나 이씨는 포기하지 않고 재판때마다법정을 찾았고,결국 강제조정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씨의 소송을 대리한 임영화(林榮和)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법원이 ‘장애인들이 홀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는 것에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장애인연맹 박춘우(朴春雨·39) 사무처장은 “법원의 이번 결정이 기존 리프트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리프트,엘리베이터 설치로이어져 장애인들의 사고위험을 줄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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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기자 myzodan@
2000-05-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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