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무사터에 일제침략박물관 세우자”

[발언대] “기무사터에 일제침략박물관 세우자”

신영길 기자 기자
입력 2000-05-27 00:00
수정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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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역사는 도도히 흐른다.역사를 올바로 읽으면 옷깃을 여미게 되고,역사를 바로 알면 마음의 두려움이 생긴다.그렇기에 옛 사람들은 역사를 ‘통감(通鑑)’이라고도 하고 ‘통사(通史)’에 비유하기도 했다.

역사를 올바로 살피는 첩경은 상황과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하고 객관적인판단으로 더듬어야 한다.그러므로 역사를 단편적으로 끊어 이해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역사에는 오묘한 흐름이 있고 엄숙한 법도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1876년 2월 2일 체결된 병자수호조약 제1조에는 ‘조선국 자주지방 보유여일본국 평등지권(朝鮮國 自主之邦 保有與 日本國 平等之權)’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외관상으로는 조선과 일본은 마치 평등하고 공정하게 체결된 것 같다.그러나 이 조약은 일제가 차제에 정치적 우월권을 명확히 하여 청국의 발언권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복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일제는 침략의 독수를 뻗쳐 1905년 11월 17일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고,1910년 8월 29일에는 급기야 조선을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필자는 광복이후 처음으로 지난 3월10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일제침략박물관이나 일제침략사료관 건립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마침 정부는 지난 14일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군 기무사령부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기로 최종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곳 일대가 일제 식민통치의 심장부였음을 감안하여 일제 침략박물관이나 침략사료관을 건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당국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천안 독립기념관이 지리적인 사정으로 시민,외국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5,000년 우리 민족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표상물들을 서울시내 한복판에 마련하여야 할 당위성은,친일파건 애국자건 모두가 역사의 한 울 안에서생성되고 소멸되는 편린들이지만,어떤 경우에도 당대에서 끝나지 않고 후대로 이어지는 것이 역사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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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길[한국장서가협회 회장]
2000-05-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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