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 찍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나는 항상 포르노를 찍고 싶었지만불행히도 '백치들'은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충분히 논쟁적일 수는 있지만,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포르노그라피가 아니다.한국에서 지난해 '거짓말' 논란에 엮여 덩달아 섹스영화로 몰린 걸 알면 감독은 어떤 얼굴을 할까.
좀 억울할 것같다.
가식없는 인간의 본모습을 덴마크의 '천재'감독은 백치게임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으레 자의식 강한 감독의 영화는 리얼리즘이 떨어지는 위험부담을 안게 마련.몰입하지 않으면 영화는 어려워만 보이는데,편견을 걷어내고보면 이렇게 담백한 영화도 없다.
어린 아들의 장례식 전날,한 식당에서 카렌(보딜 요르겐센)은 일단의 백치들을 만난다.어색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그들이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카렌은 서서히 그들을 닮아간다.백치그룹에서는 손발을 비틀고,아무렇게나 침을 흘리며,괴성을 질러대는 일이 비정상이 아니다.마침내 그들모두는 정상이라 규정된 바깥세상에서는 결코 용납치 않을 '마지막 시도'를 한다.어느 구성원의 생일날 한덩이가 되어 펼치는 난교파티. 배우들의 섹스 실연이 등급위의 심의논란을 불렀던 바로 그 장면이다.
실제 백치들의 이야기를 찍은 다큐멘터리로 착각하기 쉽다. 얼굴 중간에서 툭툭 앵글을 잘라버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한톨의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군더더기 감정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고 백치행동을 하는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에 관객을 집중시키려 한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도그마 영화가 늘 그렇듯 '백치들'이 냉소를 던진 대상은,결국 인간의 행동과 일상을 강제 규격화하는 사회규범과 관습이다.인간의 순수본성과 본능을 꼼짝없이 가두는 올가미가 그것들일 테니까 말이다.
진실의 끝자락은 어쩌면 슬픔과 맥이 닿아있는지 모른다. 내내 난수표같던 영화는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아들의 장례가 끝나고 한참뒤 집으로 돌아간 카렌이 가족앞에서 바보짓을 하다 용납받지 못한 채 집을돌아나오는 장면쯤이다.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각별했다.한국 심의에 걸린 부분의 마스킹(가림)처리를 손수 해서 보내왔다.20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좀 억울할 것같다.
가식없는 인간의 본모습을 덴마크의 '천재'감독은 백치게임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으레 자의식 강한 감독의 영화는 리얼리즘이 떨어지는 위험부담을 안게 마련.몰입하지 않으면 영화는 어려워만 보이는데,편견을 걷어내고보면 이렇게 담백한 영화도 없다.
어린 아들의 장례식 전날,한 식당에서 카렌(보딜 요르겐센)은 일단의 백치들을 만난다.어색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그들이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카렌은 서서히 그들을 닮아간다.백치그룹에서는 손발을 비틀고,아무렇게나 침을 흘리며,괴성을 질러대는 일이 비정상이 아니다.마침내 그들모두는 정상이라 규정된 바깥세상에서는 결코 용납치 않을 '마지막 시도'를 한다.어느 구성원의 생일날 한덩이가 되어 펼치는 난교파티. 배우들의 섹스 실연이 등급위의 심의논란을 불렀던 바로 그 장면이다.
실제 백치들의 이야기를 찍은 다큐멘터리로 착각하기 쉽다. 얼굴 중간에서 툭툭 앵글을 잘라버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한톨의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군더더기 감정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고 백치행동을 하는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에 관객을 집중시키려 한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도그마 영화가 늘 그렇듯 '백치들'이 냉소를 던진 대상은,결국 인간의 행동과 일상을 강제 규격화하는 사회규범과 관습이다.인간의 순수본성과 본능을 꼼짝없이 가두는 올가미가 그것들일 테니까 말이다.
진실의 끝자락은 어쩌면 슬픔과 맥이 닿아있는지 모른다. 내내 난수표같던 영화는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아들의 장례가 끝나고 한참뒤 집으로 돌아간 카렌이 가족앞에서 바보짓을 하다 용납받지 못한 채 집을돌아나오는 장면쯤이다.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각별했다.한국 심의에 걸린 부분의 마스킹(가림)처리를 손수 해서 보내왔다.20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2000-05-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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