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속임 규제개혁’ 웬 말

[사설] ‘눈속임 규제개혁’ 웬 말

입력 2000-05-02 00:00
수정 2000-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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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정난 경제관련 규칙과 규정을 오랫동안 붙들고 없애지 않았으며 심지어 ‘폐지했다’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이런 행태는 단순한 업무상 혼란이나 태만때문만은아니며 직무유기나 고의성의 의혹도 받는 점에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중대한 문제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6∼7월 37개 정부기관의 경제규제개혁 추진실태를 감사해최근 발표한 결과는 행정기관들과 공무원들이 얼마나 행정 규제개혁에 무심하고 소홀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감사결과에 따르면 과학기술부는 엔지니어링 공제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출자의무를 폐지한 뒤 이를 ‘조합원등록관리규정’에서 그대로 살렸다.철도청은 철도청장의 검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한운송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50만원 이하에서 100만원 이하로 높이고서도 ‘폐지했다’고 규제개혁위원회에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건설교통부,관세청과 조달청 등 상당수의 기관들에서도 이런 규제개혁 태만 현상이모두 적발된 것은 행정기관들의 공통된 병리현상으로 보인다.

규칙·규정이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점에서 법령의 하위 법규라고간단히 넘어갈 수는 없다.더욱이 규제의 늑장폐지는 해마다 행정기관 감사에서 되풀이 지적된 고질적인 병폐여서 특히 심각하다.지난 95년6월부터 98년2월까지 행정쇄신위원회와 규제개혁추진위원회가 완화키로 한 254건의 법령정비의 처리 실태를 지난 98년11월 감사원이 조사한 결과도 똑같았다.법령에근거가 없거나 폐지가 결정된 40%의 규제를 산업자원부,경기도,서울시 등에서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적발됐었다.

행정기관과 공무원이 불필요한 규제를 놔두거나 근거 없는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용한 사태는 단순한 업무착오로 보기는 힘들다.오히려 우리는 공무원조직 종횡간 업무협의가 원만치 않으며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증거로 본다.심지어 공무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고의적으로 규제폐지를 지연시키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런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의 작태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생활의 불편과 경제에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다.그런데도 감사원이 해당 기관과 공무원들에게 간단한 징계와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는것은 실망스럽다.징계가 이렇듯 솜방망이이니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이 제멋대로이고 국민과 재계가 규제완화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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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늑장을 경제개혁에 저해되는 기강해이와 직무유기로 간주,해당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의 처벌을 강화하길 촉구한다.
2000-05-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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