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양민학살’ 체계적 진상규명

한국전쟁 ‘양민학살’ 체계적 진상규명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4-29 00:00
수정 200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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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50주년을 앞두고 전후 군·경 등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양민)학살문제가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시대적 과제’ 차원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국회에서 ‘4·3사건특별법’제정과 ‘노근리사건’으로 양민학살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아직도 학계는 물론 당국,일반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이들은 강정구(동국대)·강창일(배재대)·김동춘·한홍구(이상 성공회대)교수와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조용환 변호사,차미경 국제민주연대 강사,한성훈 한국인권재단 간사,정희상시사저널 정치팀장 등 10여명.현대사나 사회학 전공교수,양민학살 관련 취재나 저서를 출간한 언론인,사회·인권단체 실무책임자,관련 소송을 맡은 변호사들로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가칭)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문제 진상규명을 위한 모임’(민간인학살모임·대표 강정구동국대교수)을 결성했다.이들은 오는 6월14일 ‘양민학살문제 왜 해결돼야하나’,‘전쟁전후 양민학살의 실태’를 주제로 한 심포지움과 함께 양민학살 사건으로 숨진 사람들의 유족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하기로 했다.

이들이 양민 학살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사건발생 반세기가 지남에 따라 더이상 이 문제의 진상규명과 해결방안 마련을 늦출 경우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양민학살 관련 자료수집차 학살현장을돌아본 김동춘 성공회대(NGO학과) 교수는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학살사건의 경우 10분이면 들어갈 수 있는 동굴 내의 유골이 50년동안 그대로 방치돼있어 시간이 50년간 정지된 느낌을 받았다”면서 “당사자들은 거의 사망한데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연좌제의 악몽을 떨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상태여서 유족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제해결의 1차 책임자인 당국은 해결보다는 오히려 관련자를 탄압해 왔다.대전·대구형무소 피학살자유족회가 61년 좌익으로 몰려 가혹한 탄압을 받은 이후 각 지역의 피해자 유족들은 아예 입을다물어버렸다는 것.그러나 거창사건,제주 4·3사건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고 지난해 노근리사건으로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표면화되면서 겨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인권재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유족회나 대책위가 결성돼있는 곳은 경기 고양과 강화를 비롯해 경북 문경 경산 구미 포항,전남 함평 나주,충북 영동 단양,전북 익산,경남 사천·마산·창녕·함안·의령 등 10여곳이고,지방의회에 특위가 구성된 곳은 경북·경기·전남 함평군 등 3곳으로 나타났다.

피해지역이 집중된 경남의 경우 지난 2월 도 차원의 대책위를 결성하고 서명운동 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문경사건유족회는 지난 3월헌법소원을 제출했으며 함평사건유족회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특별법이 제정된 거창·제주지역은 법 시행,또는 시행령이 마련 중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이념적 갈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대표를 맡은 강정구교수는 “한국전 전후의 민간인 학살은 개별 사건마다 다소 차별성은 있지만 우선 인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각지역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포괄적으로 다룰 단체 결성과 여론 확산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임시연락처는 (02)733-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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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기자 jwh59@
2000-04-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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