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원 뽑던날/ 여야 상황실·지도부 표정

16대 국회의원 뽑던날/ 여야 상황실·지도부 표정

입력 2000-04-14 00:00
수정 2000-04-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야 지도부는 개표에 들어가면서 예상 외로 접전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그러나 개표결과,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구도로 나타나자 자민련과 민국당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민주당.

한마디로 ‘맑은 뒤 흐림’이었다.

시작은 대단히 고무적이었다.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원내1당’이 유력시된다는 예측이 나오자 일제히 환호하며 미리 승리의 기쁨을나눴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한나라당보다 의석수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실망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특히 수도권 현역 중진들의 부진이 현실로 나타나자 안타까워하면서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이 표로 나타난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386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할 때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손에땀을 쥐었다.지도부는 “방송사간 지역구별 당락이 서로 엇갈리고 막판까지지켜봐야 당락을 알 수 있는 선거구가 많으니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당직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이 때문에 밤 10시로 예정됐던 김한길 선거기획단장의 브리핑도 연기해야 했다.

자정 무렵에서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단장은 “출구조사에 거품이 있을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면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분발하라는 뜻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단장은 ‘목표 달성’에 중점을 두었다.당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부탁했을 때,목표는 지역구 100석이었고,이를 달성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지역구도를 깨지는 못했지만충청·강원·제주 등에서의 약진을 통해 전국 정당화의 기반을 확보했다는점에도 큰 의미를 두었다.수도권의 압승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운기자 jj@.

■한나라당.

개표가 시작되면서 한나라당 분위기는 반전을 거듭했다.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선 많게는 20석 가까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직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그러나 개표가 시작되면서 민주당과 대등한 수로 1위를 달리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밤 12시가 넘으면서 압승이 예상되자 당은 축제 분위기로 돌아섰다.개표상황을 줄곧 지켜보던 홍사덕 선대위원장,이한구(李漢久)정책위원장,이원창(李元昌)선대위 대변인 등 지도부들의 얼굴도 한결 밝아졌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가회동 자택에서 TV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환한 웃음을 머금고 밤 11시30분쯤 당사 상황실로 돌아왔다.이 총재는 “수고가 많았다”면서 당직자들을 격려했다.이어 이 총재는 상황실을 지키고 있는 당직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하는 등 승리를 자축했다.

이 총재는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그러나 홍 위원장은“혼전 지역이 많아 끝까지 가봐야 한다”면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당직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나라당이 앞서나가자 “그럼 그렇지”라며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출구조사에 대한 부정확성을 신랄하게 비난했다.이들은 “지금까지 재·보선 출구조사는 크게 10%까지 실제 개표결과와 차이가 났다”면서 관련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이날 오후 6시 상황실에 들렀지만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형편없이 나오자 서둘러 당을떠났다.이 총재는 “더 두고 봐야한다”는 말만 남겼다.이 총재는당사 근처에서 식사를 한 뒤 가회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박준석기자.

■자민련.

저녁 10시를 넘어서도 1위로 앞서가는 지역이 11곳에 지나지 않는 등 참패가 확실해지자 마포 중앙당사 지하 1층 상황실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당지도부들도 대부분 자리를 떠나 30여명의 실무자들만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일부 당직자들은 개표상황을 중계하는 TV 화면도 애써 외면했다.더구나 ‘텃밭’인 충청권에서도 절반 가까이 뒤지며 고전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모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긍규(李肯珪·보령 서천)총무와 김현욱(金顯煜·당진)사무총장도 낙선 위기에 몰리자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총무와 총장이 다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탄식도 새어나왔다. 반면 기대를 별로 안했던 경기 평택갑의 조성진(趙成珍)후보가 1위로 치고 나와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선두자리를뺏겨 또다시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한편 7층 총재실에서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비례대표후보 등과 함께방송을 지켜보던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오후 7시 조금 넘어 상황실로 내려왔다.이 총재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는 등 출구조사 결과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김성수기자 sskim@. ■민국당.

민국당은 결국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참패했다.

승부처였던 부산에서조차 한나라당에 완패가 확실해지자 당 전체가 침체 분위기에 휩싸였다.비례대표 역시 1번 강숙자(姜淑子)씨만 당선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초반 1·2위를 다투던 김동주(金東周·부산 해운대기장을)후보와 이수성(李壽成·경북칠곡)후보는 중반 이후 패배가 짙어지면서 상황실을 메운 당직자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자정이 지나 마지막까지 1위 다툼을 했던 한승수(韓昇洙·강원춘천)후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거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강릉에서 귀경한 조순(趙淳)대표도 오후 8시쯤 당사에 들러 당직자들을 격려했지만 보도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침통’ 그 자체였다.

그러나 조 대표와 김상현(金相賢)최고위원,윤원중(尹源重)사무총장 직대 등당 수뇌부들은 저녁 늦게 시내 모처에 모여 향후 대책을 숙의하는 등 활로마련에 골몰했다.

오일만기자 oilman@. ■군소정당.

초조하게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군소정당은 현실의 벽을 실감한 듯 침통한분위기였다.

첫 원내 진출 가능성을 기대했던 민주노동당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허탈한분위기였다.당관계자들은 울산 북구에 출마,줄곧 1위를 달리던 최용규(崔勇圭)후보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2위로 밀려나자 당황해했다.또 그러면서도최 후보를 비롯한 나머지 후보들의 선전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경남 창원을에 출마한 권영길(權永吉)후보도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2위를달리자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년진보당 출마자 46명 전원은 개표가 시작되자 연세대 학생회관에 모여 TV개표상황을 지켜봤다.개표결과 자민련과 민국당 후보들을 제치고 3위를 고수하는 후보들이 많이 나오자 위안을 삼는 분위기였다.

한국신당은 충남 보령·서천에 출마한 김용환(金龍煥)의장 혼자만이 당선되자 실망하는 눈치였다.그러나 당직자들은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
2000-04-14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