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대주주들은 혈연에 집착한다.종업원에서 올라간 경영자에게기업을 넘겨주지 않는다.기를 쓰고 능력이 모자란 자식에게 물려주려 한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지적이다.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대주주들이 변칙 상속을 통해서라도 신통치 않은 2세를 후임 회장으로앉히는 이유의 일단을 이해하게 된다.
주주가 수십만명에 달해도 ‘내 기업’이고 ‘내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의지가 강한 마당에 도대체 어떤 대주주 견제장치와 경영투명화 조치가 약발이 있을까.더욱이 기업 안팎의 연줄 대기와 유착도 강한 한국 풍토에서 대주주를 견제하려는 사외이사(Non-executive Officer)가 겉돌 가능성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사외이사는 원래 대출과 업무 등 회사 이권에 초연해야 한다.기업에 한 발을 들여놓고는 있지만 감시하는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려는 정부 의지로 사외이사는 확산 일로에 있다.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기업은 현재 3명인 사외이사를 임원의 절반 이상으로확대해야 한다.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포철과 주택은행 등을 제외한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사외이사제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지난 2월 전경련조사에 따르면 상장 기업 592사 중 87.5%가 사외이사제 확대에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은 끗발 있는 부처의 관료 출신을 선호,이들을 모셔 가려고 줄서는 모양이다.사외이사가 기업의 로비나 방패막이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낳는다.정부가 한 사람이 3개 이상의 기업 사외이사를 맡지 못하도록규제하고 시민운동단체가 국세청 출신 관리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에 반기를 든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기업들은 사외이사로 채용해 달라는 인사 청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사외이사는 한달에 한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한 뒤 월 15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어 짭짤한 자리로 통한다.게다가 기업에 줄을 대면 이런저런 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기업 밖의 이해관계가 사외이사를 미끼로움직이는 양상도 있다.사외이사는 일부 대주주의 기피와 탈선 후보자들로 인해 ‘기업의 파수꾼’에서 ‘부수입버는 전문가’로 전락될 지경에 있다.
최근 데이콤이 참여연대와 합의한 사외이사 모델은 신선하다.데이콤은 임원8명 중 참여연대가 추천하는 2명을 포함해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했다.특히 참여연대 추천 2명은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독일식 근로자의경영 참여 모델이 될 것같다.결단을 내린 대주주의 용기를 높이 산다. 사외이사의 바른 역할을 기대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주주가 수십만명에 달해도 ‘내 기업’이고 ‘내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의지가 강한 마당에 도대체 어떤 대주주 견제장치와 경영투명화 조치가 약발이 있을까.더욱이 기업 안팎의 연줄 대기와 유착도 강한 한국 풍토에서 대주주를 견제하려는 사외이사(Non-executive Officer)가 겉돌 가능성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사외이사는 원래 대출과 업무 등 회사 이권에 초연해야 한다.기업에 한 발을 들여놓고는 있지만 감시하는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려는 정부 의지로 사외이사는 확산 일로에 있다.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기업은 현재 3명인 사외이사를 임원의 절반 이상으로확대해야 한다.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포철과 주택은행 등을 제외한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사외이사제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지난 2월 전경련조사에 따르면 상장 기업 592사 중 87.5%가 사외이사제 확대에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은 끗발 있는 부처의 관료 출신을 선호,이들을 모셔 가려고 줄서는 모양이다.사외이사가 기업의 로비나 방패막이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낳는다.정부가 한 사람이 3개 이상의 기업 사외이사를 맡지 못하도록규제하고 시민운동단체가 국세청 출신 관리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에 반기를 든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기업들은 사외이사로 채용해 달라는 인사 청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사외이사는 한달에 한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한 뒤 월 15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어 짭짤한 자리로 통한다.게다가 기업에 줄을 대면 이런저런 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기업 밖의 이해관계가 사외이사를 미끼로움직이는 양상도 있다.사외이사는 일부 대주주의 기피와 탈선 후보자들로 인해 ‘기업의 파수꾼’에서 ‘부수입버는 전문가’로 전락될 지경에 있다.
최근 데이콤이 참여연대와 합의한 사외이사 모델은 신선하다.데이콤은 임원8명 중 참여연대가 추천하는 2명을 포함해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했다.특히 참여연대 추천 2명은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독일식 근로자의경영 참여 모델이 될 것같다.결단을 내린 대주주의 용기를 높이 산다. 사외이사의 바른 역할을 기대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0-03-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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