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웃돕기 모금함속의 사랑

[기고] 이웃돕기 모금함속의 사랑

조병수 기자 기자
입력 2000-02-21 00:00
수정 200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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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소외된 이웃돕기 행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지만 모아진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됐다.이런 연유로 성금을 투명하게 집행할 법정모금단체가 98년 1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라는 기구로 출범되었다.사랑 희망 나눔을 활동주제로 세개의 붉은 열매를 상징물로 정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국 각 시·도별로 지회가 설치됐고 중앙회의 총괄 아래 운영되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시 지회에서 근무하게 된 필자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2000년 1월 30일까지 희망2000년 이웃돕기 모금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의 협조로 각 지하철 역사 매표창구 앞에 입식 모금함 158개를 설치하였다.모금함의 개당 제작비가 10여만원 이상 소요된 것이기 때문에 모금액 실적에 적잖게 신경을 썼는데 결과는 미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함을 열 때마다 따뜻한 이웃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만나는 것 같아 작은 감동을 맛보곤 했다.10원짜리,50원짜리,100원짜리,500원짜리 동전에서부터 1,000원짜리가 두세번 접힌 채로,또는 고액권이 광채를 띠듯 들어있었다.어떤 곳에는 깨끗한 봉투 안에 고액권 몇장이,또다른 곳의 모금함 속엔남자친구의 선물을 사려던 돈이,신입사원 동료들이 한끼 식사비를 모은 돈이,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이의 헌혈증서가 들어있어 모금함을 여는 순간순간이 곧 감동의 순간이었다.

역무실에서 집계하는데 한 직원이 뼈있는 한 마디를 했다.“부패한 정치꾼들은 이런 걸 보면서 반성해야지.서민들에게 만원 이만원이 적은 것이 아닌데 이 돈이야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이 아니겠어요” 그렇다.모금함 속의 한푼 한푼은 그야말로 순수한 돈이다.누가 독려를 했다거나 종을 치면서 호소했다거나 자선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모금함에 시민들이 순수한 십시일반의 사랑을 넣은 것이다.예쁘게 접은 리본을 단 종이지갑에 500원을 넣은 낯 모를 어린이의 코묻은 돈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유수 대기업체나 독지가의 거액 성금도 자선사업에 쓰이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모금함 속의 작은 정성은 이웃들과의 직접적인 사랑의 교감에서 우러난 것이어서 보다 더 따뜻하다.그리고 잘사는 동네를 끼고 있는 지하철 역사보다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역의 모금함 속에 두배 세배 많은 성금이들어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모금함 속에 쓰레기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다 쓴 지하철표,광고지,심지어 담배꽁초까지 들어있다.어떤 곳은 모금함이 파손된 경우도 있고 통째로 없어져버린 곳도 있었다.이같은 현실을 보면서 아직도 먼 시민의식을 탓하게 되지만 그래도 따뜻한 이웃이 더 많은 사회에서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갖게 되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한 끼의 먹거리와 연탄 한 장에 신경쓰며 온몸을 웅크리고 있을 내 이웃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선모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였다.또 자신들의 일처럼 모금함을 지켜주고 동전을 세어주는 등 모든 협조를 해준 지하철 역무원 여러분의 태도에서도 진정한 이웃사랑의 따뜻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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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炳 洙 서울시민공동모금회 사무국장
2000-02-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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