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한자표기 있다

서울도 한자표기 있다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1-31 00:00
수정 200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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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보내는 편지 겉봉에 주소를 쓸 때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바로 ‘서울’이다.중국인들은 서울을 ‘한성(漢城)’으로,일본인들은 일제때 자기들이 사용하던 ‘경성(京城)’이나 혹은 일어로 ‘ソウル’라고 표기한다.그렇다면 과연 ‘서울’은 순한글 지명인가? 그동안 서울은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순한글 지명으로 알려져 왔다.그런데 최근 한 재야 서지연구가가 ‘서울’도 한자표기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고서연구회 이사 김시한씨(金時漢·69·경안서점 대표)는 30일 서울중랑구 중랑문화원에서 열린 서울문화사학회(회장 김영상)주최 학술발표회에서 “‘서울’ 관련 고문헌들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한자표기는‘徐 ’”이라고 주장하고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徐 ’ 한자표기 관련 고문헌 12종을 공개했다.

김씨가 공개한 자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조 정조때 학자 유득공(柳得恭)이 단군조선∼고려때까지의 고도(古都) 21곳을 시로 회고한 ‘21도(都) 회고시(懷古詩)’.이 시집의 신라편에서유득공은 “문헌비고에 이르기를 신라의 국호 ‘서야벌’을 훗날 사람들이 도읍지를 지칭하는 ‘서벌’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변하여 ‘서울’이 되었다(徐 文獻備考 新羅國號徐耶伐 後人稱凡京都曰 徐伐 轉爲 徐 )”면서 ‘徐 ’에 대한 기록의근거를 밝혔다.

또 1830년 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서울의 대표적인 지지(地誌)인 ‘한경지략(漢京識略)’의 서울 ‘연혁’부분에도 서울을 ‘徐 ’로 표기하고 “사람들이 수도를 부르기를 ‘서울’이라고 했다(人稱京師曰 徐 者)”고 적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한글학자가 쓴 책에서도 확인된다.한글사전 편찬위원과 한글학회 이사를 지낸 이중화(李重華)가 1918년 육당 최남선이 경영한 신문관에서 출간한 ‘경성기략(京城記略)’ 제1권에는 “경성(京城)은 조선어에 ‘셔울’(徐 )이라 하니 이는 경도(京都)의 의의(意義)라.徐 은 신라의 방언이니…”라며 신라의 국호가 나중에 수도의 이름이 되었다고 기록하였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 4년(1922년)에 출간한 ‘배달민족사(倍達民族史)’ 제4과(課) ‘서울의 부여(扶餘)’편에는 “혁거세를 추대하여 거서간을 삼고 도읍 (慶州)을 서울사노(徐 斯盧)라 칭하니 서울은 도읍의 이름이요, 사노는 부여의 음전(音轉)이라…”고 나와있다.

월간잡지 ‘신지식(新知識)’(1928년 출간)의 서울특집엔 “서울을 한문으로 쓰면 徐 로…옛 신라시대의 방언이라.지금 우리가 말하는 서울은 그때의 徐 을 칭함이 아니라 이조(李朝)창업 한성부(漢城府)때 부터의 서울을 칭하는 것이다”고 하였다.이밖에도 ‘서울대관(大觀)’(1955년 출간),‘수도사적(首都史蹟)’(1956년 출간) 등에서도 서울을 ‘徐 ’로 표기하고있다.

김씨는 그동안 ‘서울’의 한자표기가 알려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徐 ’의 ‘ ’자를 ‘원’자 등 다른 글자로 잘못 읽은 탓”이라며 “서울시가 편찬한 ‘서울육백년사’ 제1권 색인부분에서 ‘徐 ’을 ‘서원’항목에 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이중화의 ‘경성기략’에서는 ‘徐’을 ‘셔울’로 표기하였으며 또 ‘전운옥편(全韻玉篇)’‘자전석요(字典釋要)’등에 ‘울’자가 ‘무성할 울(茂也)’로나와있어 김씨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회장은 “서울의 한자표기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얘기”라면서 “서울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차음(借音)한 것 같다”고 밝혔다.또 서울시사편찬위원회 나각순 편찬위원은 “서울의 한자표기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어학 등 관련학계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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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기자 jwh59@
2000-01-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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