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한·일 어린이 만남

[굄돌] 한·일 어린이 만남

이성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1-08 00:00
수정 2000-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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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우리 가족은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딸아이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참가했던 국제어린이 여름마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함께 지냈던 일본 팀의아이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의 친구들을 방문한 것이다.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외국인과 의사교환이 어느 정도는 되는 터라 외국 아이를 손님으로 맞으면서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그런데문제는 그 일본 친구가 영어를 거의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아이들이 말도 한마디 통하지 않고 어떻게 지낼까 걱정스러운 나머지 몇년 전 내가 재미삼아 익힌 일본어의 짧은 실력을 동원해서라도 통역을 해보겠다는 다소 비장한 각오를 품고 아이들의 만남과 대화를 지켜 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이 걱정은 실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아이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전혀 장애를 느끼지 않은 모습이었다.아주 간단한 영어단어와 표정,그리고 손짓발짓으로 아이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아주 휼륭하게 주고받는 것이었다.예컨대 ‘이 음식이 입에 맞니?’ 하고 묻는 장면에서는 그 음식을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고는 오른손 엄지를 치켜 세우고 눈을 맞주치면서 “오케이?”하고 말했다.그러면 상대방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하는 식이었다.그러면서 딸아이는 그 일본 친구가 우리 집에 며칠 머무는 동안 혹시라도 불편해하는 것이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딸아이는 역사책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많이 드러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그때마다 어른으로서 나는 지나간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결코 두 나라의 미래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애썼다.상대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만이 보다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덧붙여 말하곤 했다.

딸아이가 일본친구와 다정히 어울리는 모습이 무척 대견해 보였다.새 천년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이성희 도서출판 프레스21대표
2000-0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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