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평양 군고구마 장수

[외언내언] 평양 군고구마 장수

장청수 기자 기자
입력 1999-12-31 00:00
수정 199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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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서민들에게는 겨울철 군고구마가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진다.추운 겨울밤 가족들과 오순도순 나눠먹던 군고구마는 다정한 인정이 어울려 그 맛을더해주고 있다.가난할때는 요기가 됐으며 여유가 생긴 지금도 그 맛을 잊지못해 퇴근길에 군고구마 장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구마 하나를 더주는군고구마 장수의 따뜻한 인정은 예나 다름이 없다.그래서 겨울밤 군고구마장수는 도시서민들에게 친근한 이웃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올 겨울들어 평양시내에 30여년만에 군고구마 장수가 등장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정권수립 이후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평양을 비롯한 여러도시에서 볼 수 있었던 군고구마 장수가 일제히 자취를 감추었다.군고구마 뿐만아니라개인사업이 허용되지 않고 있던 북한에서 당국의 단속으로 군고구마 장수를볼 수 없었다.지난 26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 방송은 평양시내 네거리마다 야외 군고구마 판매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이 야외 판매대설치는 김정일(金正日)총비서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평양시안에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가 한껏 풍기고 있다고 전했다.인민군 부대에서 맛이 좋은 강령고구마 수백t을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평양시내에 고구마 장수가 다시 등장한 것은 북한 사회변화의 실상을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또한 지난 5년간 북한 지하경제의 대표적 기능으로 작용했던 암시장의 확산으로 이해되며 특히 지난해 헌법개정에 따른 개인사업의 허용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바 크다.북한이 감자를 제2의 주식으로한 농업정책에 따른 고구마 생산의 증산도 군고구마 판매대를 허용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아무튼 평양시내에 군고구마 장수가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이어온 서민생활의 정서가 되살아 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인식된다.

필자가 92년 제8차 남북총리회담 지원단으로 평양을 방문했을때 만난 안내원이 군고구마 장수를 모른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변화의 격세지감을확인할 수 있다.우리 서민생활의 정서가 담긴 사회변화가 더욱 확대됐으면하는 바람이다.획일적인 북한사회에서 다양한 생활환경의 변화는 시대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겨울밤의 정막을 깨며 외쳐대는‘메밀묵과 찹쌀떡’장수의 애잔한 목소리를 들을 날도 머지 않을 것같다.아무튼 동토(凍土)의 평양시내에 민족의 생활정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張淸洙논설위원 csj@

1999-12-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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