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돈 풀며 인플레 걱정하는 韓銀

[오늘의 눈] 돈 풀며 인플레 걱정하는 韓銀

이상일 기자 기자
입력 1999-11-11 00:00
수정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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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물가를 진정 걱정하는가,아니면 단지 ‘외교적 수사(修辭)’를구사하는 것인가.

지난 9일자 도하 각 신문에 난 한국은행발(發) 두 기사를 본 국민들은 어느 것이 한국은행의 속마음을 담고 있는지 아리송하다.“한국은행이 시장금리안정을 위해 1조원을 푼다”와 “한국 잠재성장률 4%대 하락,인플레 압력 가능성 우려”가 그것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손으로는 돈을 풀겠다고 하면서,입으로는 물가걱정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비쳐졌다.당장 정부 관리들이나 금융계 인사들은 “한국은행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어리둥절해 했다.

전말은 이렇다.한은은 8일 오전 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와 가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시장안정을 위해 협력’키로 하고 1조원의 채권을 매입키로 했다.공교롭게도 정책협의회 직후 한국은행은 사전 예고없이 ‘잠재 GDP(국내총생산) 및 인플레 압력 측정결과’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자본,노동 등 경제변수를 수학적 공식으로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이4%대로 하락,내년에 물가상승압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은측은 “자료 배포이유에 대해 별다른 배경이 없다”고 설명했다.물론이같은 한은의 행동은 “현재는 돈을 풀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이우려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그러나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책임있는 당국으로서의 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혹시 정부에 끌려다녀 어쩔 수 없이 돈을 풀지만 인플레를 걱정하는 속마음을 내비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그렇다면 정부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독립기관-한은’의 눈치작전 또는 소심함이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것이다.

만일 뚜렷한 의도없이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면? 당장 재경부에서는 이자료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료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쓰도록 한은이 조장한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 당국자들이 국민들을헷갈리게 하기 보다는 경제에 대한 일관되고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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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경제과학팀차장 bruce@
1999-11-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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