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차‘무료 콜택시’…엉뚱한 요청잦아

119구급차‘무료 콜택시’…엉뚱한 요청잦아

입력 1999-10-13 00:00
수정 1999-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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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도록 되어 있는 119 소방 구급차가 ‘무료 택시’로 전락하고 있다.

경미한 사고에도 119 구급차를 부르는가 하면 술 취한 사람은 귀가용으로이용하기도 한다.이같은 신고에 일일이 출동하다가 위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신속하게 출동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김모씨(여·55)는 지난달 14일 서울 J구청에 아파트 재개발 관련 민원을 제기하러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당황한 구청직원들은 곧 119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는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바로 옆에 있던 소방서를 비롯,가까운 소방파출소의 구급차들이 모두 출동해 멀리 떨어진 파출소의 구급차가 와야 했기 때문이다.

구조·구급활동 후에 기록하도록 되어있는 일선 소방서의 출동 일지에는 사소한 사고 등으로 가득차 있다.‘술에 취해 쓰러져 있으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 ‘넘어져서 입술에 상처가 났으니 병원으로 옮겨 달라’ ‘애완용 토끼가 이상하니 빨리 와달라’ ‘집에 매미가 들어 왔으니 쫓아 달라’는 등의기록이 상당수다.

행정자치부령에서는 구급차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이송 대상자는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의 재난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정신질환자,법정전염병 환자 등이다.하지만 일선 소방서의 구급대원들은 “어떤 신고가 위급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고 출동하지 않으면 곧바로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동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신고자의 거부로 그냥 돌아올 때도 많다.총 105대의 구급차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올해 1∼9월까지 모두 24만9,535차례 출동했으나 5만6,283건은 허탕치고 돌아왔다.

병원간 이동이나 퇴원용으로도 많이 쓰인다.7대의 구급차를 갖춘 서울 S소방서는 지난달 1일 하루동안 모두 42차례 출동했으나 이 중 10차례는 출동장소가 사고현장이 아닌 병원이었다.병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 것이6건,자택 후송이 2건,환자의 회복으로 그냥 돌아온 경우가 2건이었다.이 소방서의 한 구급대원은 “병원에서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환자들은 대부분 혼자서도 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구급차를 무료 택시로 생각하는 것같다”고 푸념했다.

서울소방방제본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러나 정말로 위급한 사람을 위해 사소한 일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을 자제할 줄 아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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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
1999-10-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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